30차 시 응모입니다. : '한 입' 외 4편

by 셀주니어 posted Jul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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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 한입


한입만

국그릇에 담긴 한 젓갈의

라면을 넘보는 누나의 목소리

나는 얼른 냄비뚜껑을 덮어버렸다


또, 한입만

도시락에 담긴 두부조림을 넘보는

1학년 8반 반찬도둑놈들

나는 서둘러 반찬통을 숨겼다


그렇게 한입 두 입 쌓이고 모여

나도 입에 풀칠할 나이가 되었다


맨입으론 한입도 맛볼 수 없는

고독하고 당당한 어른이 되었다


이제 나의 반찬을 노리던 녀석들은  

사라졌지만...,


나는 반찬통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만 한다.


2)제목: 나른한 오후


아아아 심심해

후아암 하품이 쏟아져


잠이 오는데 잠은 안 들어

뭐 재미난 거 없나요


음악소리가 들려오네

저멀리 낯익은 선율 눈앞에

꿈결에 만진 적 있는 멜로디


외롬도 고됨도 헤메임도

모두 녹아 없어져


꿈결에 마셔 본 달콤한 선율

지루한 세월을 끌꺽 삼키네


3)제목: 어머니는 나무


한결같은 어머니의 얼굴

자라도 자라도 철 안 들 날 향한

포근한 미소가 예전 그대로


그런데 어머니의 손은 아냐 손은 아냐

꽃도 열매도 다 타버려

앙상한 나뭇가지처럼은


어머니는 한결같은 사랑이야

한결같은 사랑이야

내게 뭣이 필요한지

굳이 여쭐 필요없네


엄마! 하고 부르면

한달음에 뛰어와

아직까지도


허나 어떨 땐...,

이 어린 나보다

세상물정 더 몰라

근심이 가시지 않네

눈물이 앞을 가리네


잎사귀 하나 없는 어머니

영원히 늙지 않는 어머니


이젠 나의 차렙니다

다 자란 나무가 되어

든든히 기댈 수 있는

버팀목 되오리이다


4)제목: 고향


머언먼 남쪽 땅

거기가 내 고향


해안가 뒤안길

걸어서 10미터


뒷마당엔 

십자가 하나 달린

건물 한 채가 있고


앞마당엔

무화과나무 한 그루 우뚝 솟은 

아담한 보금자리


젊은 아버지와 젊은 엄마는

그 곁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 서 계시다


언제였던가

젊은 아버지는 바람같이 떠나고

젊은 엄마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짐덩이 두 자루를 걺어쥐고 그 땅을 떠났고

북쪽 땅에 정박한 짐덩이 두 자루는

세월을 세월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또...,언제였던가

세월을 먹을 대로 먹은 나는 아무 이유없이

해안가 남쪽 땅을 도로 밟았다.

뒷마당? 앞마당? 십자가?

말라비틀린 무화과나무 밑동조차 없었다.


나는 해안가에 가서 소라 껍데기 하나를 주웠다.

너도 나처럼 세월을 먹을 대로 먹었기를

까마득한 고향의 목소리 들려줄 수 있기를


나는 살며시 소라 껍데기를 들어올려

귓불에 대어본다.


5)제목: 꿈


잠이 들었다

문득


꿈을 꾸었다

번뜩


난 빈 공간에 서 있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텅 빈, 텅텅 빈 공간이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 해

바람 소린가? 아냐

빗물 소린가? 아냐

나를 부르는 목소리?

아냐 아냐 아냐


소리 같지도 않은 소리

소리 아닌 음성이 속삭인다

빛을 따라가라

빛을 따라가라


빛이요? 보이지 않는 걸요

보이는 것은 텅 빈 어둠 뿐입니다


거기에 빛이 있다

거기에 빛이 있다

텅 빈 어둠 속에도 빛이 있다

그 안의 밝은 빛을 따라가라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번뜩


그리고 새로운 꿈을 품는다

문득




작성자: 남궁중심

이메일: footmanfoot@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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