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by 이유나 posted Aug 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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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자

모든 살림을 도맡아 하지만

아버지가 처음 보는 여자를 향해

웃는 모습을 보고 좌절하여 자해하는 소년이

등장하는 글을 썼다

 

실은

아버지

아버지가 아니라

연상의 동성 연인

칼끝이 스칠 때마다

소년을

삶의 끝자락에서

움직였다

 

그는 시종일관

태연한 얼굴로

달 끝에 엄지발가락을 올린 체

극단적인 기온차를 견뎌내고 있었다

 

그 어떤 애절함도

처절함도

공감도 없는

묵묵한 삶의 진행

 

오랜 꿈이었어

 

그는 손에 쥐었던 것일까

 

한 발짝만 어려울 뿐

건너

떠밀려 가는

어떤 경계

사이에 있는 자신은

그저 견뎌야만 한다는 것을

 

 

 

수선화

 

뜨거운 냄비가 손을 스치면

물 한 바가지 뜨고

이렇게

웅크리고

있자

데인 손가락이 말했다

 

손가락은 거만해서

눈과 영혼을 사랑하지 못했고

오직 자신과 같은 손가락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손가락은 물에 비친 손가락만은 사랑할 수 없다

너는 꽃이 될 수 없다

우연히 길 가던 에로스는 그렇게 말했다

 

너에겐 그저 다른 손가락밖에 없다

에로스가 말했다

 

 

   

독서

 

익숙한 길을 모르는 체 걸으면서

손에 든 담배가 어지러워 가만히 눈을 찌푸리고 걸으며 길을 읽으며

흐린 하늘 위에는 파란 하늘이 있겠지만

저는 책을 잘 읽지 못합니다.

사람은 어째서 읽은 만큼 써야 하는 존재입니까

 

70%의 자격은 있는가.

 

이것은 당신 어깨에 있는 검은 브래지어 끈이 당신 어깨에 가하는 무게보다 무거운 것입니까

아니면 비례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나의 모든 것은 너무나 가벼웠노라고 누군가가 말해주는 것입니까

하지만

모자라

모자라,

모자라다고 중얼거리며

공기를 읽으며 걸으며 모르는 체 하고 가만히 눈을 찌푸리는

 

 

 

   

사물 실격

 

달이 보이지 않는 것은 메케한 매연도 매연이지만

구름 때문이 아닐까

사실 모든 게 자연 때문이라고

그게 아니면 이 모든 건 제 탓인가요.

저는 단지 놓아졌으나 여태껏 살아왔으니

저는 프로작을 복용중이니

불가능할까요?

 

유일한 생산- 수혈

 

영혼 중에

(생명)만 가지고

존재하기만을 원했을 뿐

 

영이 생기는 기점은 어디지

아무리 물어도 회색 지대는 나의 집이고

 

지성 없이

그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것

유일한 바램

 

저는

이 회색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그 순간부터

어째서인지 신과 단절되었고

 

다른 이가

다른 땅에 발 붙여 살기 위해 깃들어

그 속에서

혼만으로 살아가는 것도 허락되지 않지요

당신께

 

나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했으니.

 

 

 

 

 

 

짐승의 몸으로 인간의 말을 하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사람을 닮은 남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미간을 좁힌 체

다시 거울에 눈을 돌렸다

 

곱게 화장한 그는

오늘도 휜 운동화에 발을 집어넣었다

 

그는 현관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리고 모른다고 했다

그는 신발을 벗고 신발장을 다시 닫았다

어디를 가는지 모르면 더 이상 나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신발을 벗은 그의 발은 항상 매우 작다

같이 있자

저녁 일곱 시잖아

내가 말했다 그는 매일 코어 운동을 했다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코어가 단단해야 한다고,

그건 생존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걸 그는 알았다

 

이리 와

그가 동공을 확장하고 내 목을 휘감았다

그는 수많은 새끼들을 데리고 나가 달리는 법을 가르칠 계획이 있다

 

어디로 가고 싶어?

사람을 닮은 남자는

내게 물었다

 

 이름: 조유나

이메일: whdbsk4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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