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분 응모

by 판다 posted Aug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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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孤, 苦, 呱시원

여기는 孤시원
너희의 차가운 둥근 달이 내 위장에 덜컹 내려 않았다
절구질 하는 묘성인(卯星人)들의 소란통에 속이 시끌하다 요란하다
희망이란 놈이 달의 반을 삼켜버렸다
널뛰기 하는 그들의 난리통에 속이 메슥이다 울렁이다
좌절이란 놈이 달을 손톱으로 긁어버렸다
해먹에서 자고 있는 그들의 코골이에 속이 쓰리다 아리다
도저히 소화시키기 어려운 달의 가시를  밥풀 떼기 별과 함께 저 하늘로 토해낸다
그래, 속이 시원한가? 
그래도 여기는 孤시원이다 

너희의 뜨거운 둥근 태양이 내 목구멍을 옥죄는
여기는 苦시원
각얼음을 오도독 씹어 삼켜 목구멍을 식혀본다
드라이 아이스를 집어 삼켜 목구멍을 열어본다
누군가의 목구멍은 열 평, 다른 누군가의 목구멍은 네 평 남짓 벌어졌을까 
그 벌어진 목구멍에도 계급이 있단다
나의 목젖이 너희의 둥근 태양에 까지 닿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나 찬 바닥에 입을 벌려 바알간 물덩이를 힘껏 토해낸다
그래, 속이 시원한가?
그래도 여기는 苦시원이다

너희의 거침없는 소나기가 내 정수리에 뚜둑 하고 떨어지는
여기는 呱시원이다
소용돌이 치는 머리 끝으로 빗물이 모여들기도 회오리치기도 
가르마를 타고 관자놀이로 흐르는 물줄기를 두 손으로 막아 보기도 닦아 내기도
은하를 닮은 내 정수리는 자연의 완벽한 조화라고 소리 높여 보지만
사정없이 내리 치는 너희의 소나기가 내 영혼의 숨구멍을 막아버렸다
통로가 닫혔다 그래서 입으로 눈으로 흐르는 거다 
청춘들의 한숨이 사방에서 모여 휘몰아 친다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짐승의 목청으로 울부짖는다 
그래, 속이 시원한가?
그래서 여기는 呱시원이다

이 땅에 외롭지 않은 사람 있었던가
이 땅에 힘들지 않은 사람 있었던가
이 땅에 울지 않은 사람 있었던가
때로는 너희의 태양이 우리의 태양이 되고
너희의 태양이 나의 태양이 되지 않았던가
내 발바닥에 아직 우리의 지열이 남아있으니 괜찮다
그렇게 홀로 밤새 되뇌다 건조하게 갈라진 콧구멍 사이로 첫 새벽 공기를 들여 마신다


그래, 속이 시원한가?



아궁이


밤새도록 흥얼거리던 노랫소리 얼핏 잠잠해지고
메마른 목구멍 사이로 숨 한번 쉬이 뱉어 낸다
사위어진 텁텁한 입 속 숯등걸 남기고 털어 내어 
어슴푸레 들려오는 웃음과 울음을 땔감삼아 
너렁청한 네 마음 안에 거듬거듬 모아  사른다

더벅머리 같은 부지깽이로 허리 접어 여기저기 이를 쑤석 대면
불땀머리가 좋아서인가 
불혀로 입맛 다시고  마음보 사납게 트림 한 번 거나하게 뿜어대는 행짜
매운바람 거슬러 들어오면 콩팔칠팔 뿜어내는 노래에
눈이 아리기도 따끔하기도 코 끝이 찡하기도 매캐하기도
내가 불잉걸인지 네가 불잉걸인지 
벌겋게 잘 익어진 얼굴 
눈을 연신 슴벅거리며 주르륵 물코 들이 마신다

꽃불 곁에 두고 시근거리는 허리 겨우 펴
눈갈기 사이로 이글거리는 불꽃 바라보니, *아그니(agni)다 


하늘과 땅에게 나의 말을 전해주었으면 
서리꽃 핀 창문 너머 띠앗머리 좋게 올망졸망 둘러 앉아 
갓 구운 밤 톡 터진 껍질 속 보늬를 술술 벗겨 오달지게 먹는 밤톨 같은 밥솔들
푸른 땅별에 와 참 따뜻했다 말한다면 
한살매 그것으로 되었다고


*아그니 ;<불>을 신격화한 고대 인도의 신,  고대 아리아인들의 아궁이 속 불에 대한 신앙에서 기원함. 몇 천년 동안 꺼지지 않은  불꽃이 있다고 전해짐.



超愛(초애)


새하양 다투라 
치마폭 속 묵향이 그리워
아슬한 꽃밥 끝 
고적한(孤寂) 어둠을 적셔
밤하늘에 그리는 몰골(沒骨)


휘영청 달빛에 윤슬한 날개짓
휘휘한 허공에 감각을 채우는 
한 점, 한 점


찌르는 치마단 걷어 올려
바람결 따라 선을 잇는 고아한 춤사위

그 자태에 고부라져
겹눈 벗겨지는 줄 모르는 어린 장님의
공간을 갈기는 설레는 비행

나팔 부는 향기에
소용돌이 치는 화관 깔대기 안으로
미끄덩 

여기는 뜨거운 내핵 
아르헨티나 바다에 빠지는 서늘한 환각
꿈 속 중앙부에 꽂혀버린 푸른 침(針) 하나

침을 잇는 갈피끈 잡아당겨 넘기니
붉은 야로(夜露)가 새긴 묵첩(墨帖)의 귀결
포식자 아닌거다
물거품 아닌거다
연어(鳶魚)의 세계인거다



파란장화


어둠꽃 지는 새벽 하늘에 
두 발을 
첨벙

발그늘 푸른 은하수
하얀 양말을
촘촘히 적시는 선농(先農)의 푸른 눈물


발가락 사이로 갈라져 흐르던 
여덟개의 물 줄기
용천에서 한 물길되어 만나는
뜨거운 상봉의 여정


발 끝 세운 반 걸음 
발꿈치 닿은 반 걸음

박혀있던 싸라기별
상처난 밑창을 햝아 
별비되어
뚜 두둑
떨어져내리는 
가벼운 한 걸음 

질퍽한 고랑에
두 발을 
첨벙

발그늘 푸른 은하수
곡우(穀雨)의 대지를
서서히 적시는 곡향천리(穀香千里)의 푸른 꿈




리셉터클


옛 것이 그리워지는 촌스러움은 어느 전선과의 만남일까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세계를 살게 될 세상이라 좀 더 세련된 미래를 꿈꾸지만
찬벽에 철썩 붙어 있는 1구 리셉터클을 바라 보면서 
말끔한 콧구멍 같다 휴지를 말아 집어넣어 보고 싶다는 유치한 발상이 드는 건 어느 전선과의 만남일까요

나홀로 족이라  혼술과 혼밥을 먹을 수 있는 여유를 꿈꾸지만
찬벽에 휑하니 붙어 있는 2구 리셉터클을 바라 보면서 
밥 두 그릇 같기도 국 두 그릇 같기도 한 애처로운 발상이 드는 건 어느 전선과의 만남일까요

이제는 인간의 수고를 대신 할 인공지능 시대라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꿈을 꾸지만
찬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멀티텝 리셉터클을 바라 보면서
수 많은 구멍 사이로 인공 개미 군단이 밀려 나올 것 같기도 
그림자만 두고 그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 갈 것 같기도 한 기묘한 발상이 드는 건 어느 전선과의 만남일까요 

새 시대 한민족의 평화적 통일을 이루는 고귀한 꿈을 꾸지만
겨우 하나 남은 리셉터클에 꽂을 플러그를 바라보면서
늪에 빠진 가마우지 다리 같기도 그의 목을 감는 줄 같기도 
A1형을 F형에,  F형을 C형에 억지로 끼워 넣을 것 같기도 한 섬뜩한 발상이 드는 건 어느 전선과의 만남일까요

이상과 현실을 잇는 전선은 여전히 분할된 혈관인가 봅니다 



이름; 박정임

이메일 주소; icclara815@gmail.com

전화번호; 010-3500-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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