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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새

 

종달새 우는 밤

뻐꾸기 날다 자빠졌다

 

비는 오고

바람은 나르고

돌은 그대로

 

종달새 우는 밤

뻐꾸기 날다 사라졌다

 

밤은 어두워

거닐 그림자 없고

날은 밝아가

조용히 둥지에 숨어 지내는

작은 올빼미

 

종달새 울자 뻐꾸기 날아가는 듯이

 

-----------------------------------------------------------------------------------------------

 

담배와 연어 알

 

담배는 감정에서의 회귀를 나타낸다

아물지 않을 상처를 분노로 고통으로 승화시켜

당사자를 어둠 속에 밀어 넣는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는 분노의 역습에

스스로 항복하고 착각에 이르며

자기통제 불가라는 사유로 자신의 성장을 막는다

이토록 지겹게도 뿜어대는 담배 연기에

코를 막느냐 입을 막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면 자괴감이 들고

동시에 회귀에 대한 엄청난 욕망도 함께

 

-----------------------------------------------------------------------------------------------

 

아침

 

아침이 반듯한 옷을 입고 기다리고 있다

저녁이 되면 나들이라도 가려는 듯

 

석양 내리쬐는 물결에 샤워하고

봄비 내리듯 갈색 구두 신고 의자에 앉는다

 

밤에는 태양에 입 맞추고 조용히 걸어가야지

 

들판 사이에는 정적

 

가을이 그렇게 다가와 있다

 

-----------------------------------------------------------------------------------------------

 

병실

 

스쳐 지나간다 아무도 모르게

본적은 없는데 

감시당하는 기분

 

뒤에서 슬쩍 

그림자 다가오면

시선은 

내 등 뒤에 꽂히고

 

몰래 쥐고 있던 두 손의

과자봉지 훔쳐가곤

오히려 나무라는 

그림자

 

조용히 눈을 감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네, 그림자

스스로 사라지다

 

남모를 정적

쓸쓸한 침묵에

홀로 남은 나는

스쳐 지나가는

저녁 노을처럼

 

-----------------------------------------------------------------------------------------------

 

지구는 돌다가 지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돌아가는 세상살이에

먹고 살 걱정 없이

두려움 없는 생을 살면 참 좋겠지만

적어도 모든 세상살이에 고난은 있으며

힘든 나날들이 있더라도 극복해 나가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잠시 쉬는 지구의 어깨에는

두 팔 벌린 아가의 손이 얹혀 있고

걷지 못한 설움 달랜 채 지구는

스스로 일어나는 법을 터득한다

 

지혜를 이유로 지구의 수호신은

지구에 땅과 의자를 선물했고

그렇게 지구는 벤치 위에 잠시 앉아

쉬기로 결심했다

 

두 발에 생기가 돌고

어깨에는 강한 근육이 덮이며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그렇게 지구는 잠시 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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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영 / 010-3368-3533/ yoonhoyoungcheers@naver.com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Who's 윤호영

?

나를 나무라지 않겠습니다.

  • profile
    korean 2019.09.01 19:46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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