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by 김동민 posted Aug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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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뜨지도 않고 져버린 해가 하나 있다면
빨리 뜨라고 전해 주어라

그 해는 나의 해,

나의 해는 어디서 뜰까
저 멀리 계시는 누군가의 해님은
달과의 싸움에서  완벽히 이긴 듯 한데

낮이 가장 긴 시기라지만
아직 내 해는 뜨지 못해서
극야현상이 일어난다

아아, 나의 해는 여름인데도
뜨지도 못하고
따스한 햇살 한 번 못 비추며
그대로 져버려야 하나

오늘도 나의 해를 찾아봐야겠다
동지가 오기 전에.

소서


마침내 더위가 우리를 찾아왔다

나의 해는 뜨지만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고
힘이 없는지 달과의 싸움에 종종 져서
여름인데 나에겐 낮보다 밤이 더 길더라

그래서 나는 이미 한여름에 
꽁꽁 얼은 빙판 위로 던져졌고
그 빙판은 나를 영겁의 고뇌를 선물했다

이 빙판을 깨고 헤엄쳐야 하나,
누군가의 손을 기다려야 하나,
나의 해가 빙판을 녹이길 바라야 하나


장마


오늘은 해가 졌다
비가 주륵주륵 내리던 밖을 보며
서서히 눈을 감아 보았다

꿈이었는지 상상이었는지
커다란 악인 앞에 무릎을 서서히 꿇어가던 나는
내면의 거울로 나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나의 모습을 쳐다보는데
나태,나약,추악,혐오 등이 내게 말을 걸더라

그 때 나는 이 거울을 고쳤고
이 행동을 퇴고라 칭했다
서서히 눈이 떠 지더니 비가 그쳐 있더라
장마가 끝났다

내일은 나의 해가 뜰까.


대서

광명이 스멀스멀 기어온다
드디어 나의 해가 저 맑디 맑은 하늘에 떴다
해가 뜨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더니
절정의 더위가 정수리로 내리꽂는다

이제야 겨우 움직이나 싶었는데,
매미 울음소리가 귀를 찢고
저 멀리 아지랑이가 손발을 묶으며
사라진 구름은 내 정신을 데려가더니

비웃으며 다들 홀연히 사라지고 있다
결국 
저번과 다를게 없구나


열대야


달이 중천에 있음에도 더위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무엇이 아쉬웠는지 아직도 해가 빛을 내려 발악한다

매미는 쉬지 않고 울어 대더니 갑자기 조용해진다
아직 가을이 오지 않았지만
귀뚜라미도 매미와 함께한다

눈을 지그시 감자니 잠이 올 것 같고
깨어 있자니 어쭙잖은 더위가 살며시 나를 감싸니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펜이나 들 수밖에.

메일:poemdm0316@naver.com
전화번호:010-6432-8296
응모자 성명:김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