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by 하현월( posted Aug 1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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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새벽녘

잔디에 맺힌 이슬


작고 투명한 물방울 안에 들이치는 햇빛에

마치 제가 귀한 몸인 양, 있는 힘껏 반짝인다.


눅눅하고 무덥던,길고 긴 지난밤을

묵묵히 견딘 풀잎에게 걸어주는 작은 상패인듯 하다.


더욱 더 곱고 눈부시게 빛나서,

슬프도록 아름답게 빛나서,

그 아이 눈가에 맺혀주렴.

그렇게 맺혀,잠깐 눈물이 되어 흘러주렴.


그 아이가, 풀잎이 견뎌온 지난 밤을 기억할 수 있게 말이야.



가랑비


뒤에 오시는 해님

어서 가라 등 떠미시니


닿지 못한 마음일랑 입속말로  몇백 번 되뇌이고,

울지 못한 울음일랑 가슴속에 꼭꼭 여며두고,

서러움에 눈물고여, 이내 돌아섭니다.


사랑해주는 이 하나 없이,

가랑잎에 눈물 적시며 한 발,두 발 멀어집니다.



경주마

말들이 달려간다.

사람들이 달려간다.

옆도, 뒤도 모른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간다.

더 넓고 더 푸른 초원을 보며 줄곧 달려간다.


새끼 잃은 어미의 한 맺힌 울음은

발자국에 묻혀 이내 사라지고,

그 서글픔만 그 자리에 남아

이 황량한 대지 위에

쓸쓸히 불어오는 것이다.


피어오른 흙먼지에 목이 아파오고,

심장이 멎을 듯, 숨이 가빠오고

다리가 터질 듯 아파와도

그 말들은 달린다.

그 사람들도 달린다.


영영 그 땅에는 비가 오지 않을 것을 모른 채로.



민들레의 소원

작은 들꽃이 피어나 진 자리는 찾을 수 없다 해도

그 들꽃이 예쁘게 피어있었단 사실을

누군가는 기억해주길.


어디선가 날아온 한 줌 흙을 만나

열악한 세상에서도

찬란하게 그 생을 살아냈다는 사실을

당신만은 기억해주길.



별자리

어둑어둑한 저녁하늘에

하나 둘,고개를 내미는 반가운 얼굴들


작은 미소를 띠고 있는

그 부드러운 빛무리에 잠식되어 밤하늘을 보다,

스르르 빠져들어 은하수를 따라 하늘을 걷다보면

어릴 적 꿈꾸었던 세상으로 향하는 꿈길로 들어섭니다.


당신이 본 그날의 하늘은

오늘의 이 하늘과 같았을까요.

지금 바라보는 이 별을,

그때의 당신도 함께 보았을까요.


어느덧 세월의 고배를 마신 당신을 보며,

같은 별을 이 자리에서 보았을 그때의 당신에게

우리의 언어로 작은 인사를 건내봅니다.

메일:yejinstar04@naver.com

연락처:01053578551

응모자 성명:안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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