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by 곽자 posted Sep 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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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시계가 고장 났나 봐
나는 이렇게 멈춰 있는데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잖아

하늘도 고장 났나 봐
이렇게나 맑은 날인데도
나에겐 비가 쏟아지고 있어

거울마저 고장이 났어
분명 난 웃고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슬퍼 보이는 거야

아. 모든 것은 멀쩡한데
내가 고장이 난 걸까

날 멈추게 한 것

길을 걷다 우연히 들려온
익숙한 노랫소리가 날 세웠다

그 노래는 나를 감싸 안아
어딘가로 데려갔다

나의 모든 감정을 놓고 왔던
나의 모든 사랑을 놓고 왔던
옛 추억의 어딘가로

난 노래가 끝나고야 알 수 있었다
네가 좋아하던 노래라는 것을

날 멈추게 한건
노래가 아니라 너였구나


파도

미동도 없던 바위는
계속 치는 파도에 깎이고 깎여
어느새 사라진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세월의 파도는
내게 암처럼 굳어있던 너를
조금씩 도려내고 있다

잘 가라
나는 이제 그 파도에 몸을 맡기고
새로운 곳으로 떠날 테니

넌 이곳에 남아
바다의 거름이 되어라
잘 있거라




두려운것은 사랑


꽃향기에 취해
그 꽃이 세상의 전부일 때
꽃이 시들었다

나는 더 많은 물과
더 따뜻한 빛을 주었지만
꽃은 살아나지 않았다

뼛속 깊이 스며들었던
그 향기가 점차 사라질 때쯤
꽃이 시들었을 떄보다
더 큰 두려움을 느꼈다

내가 다시는 꽃을 찾지 않을까 봐



낮달

낮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이 쑥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내 밤이
더 외로울 것 같아
일찍 나와준 걸까

아, 아니구나
너는 항상 거기 있었구나

어두울 때만 날 비춰주는 게 아니라
늘 그곳에서 날 보고 있었구나


곽용운
rhkrxk12@naver.com
010-8449-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