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by 이진아 posted Sep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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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은 오늘처럼 있다

 

     


그가 기다리는 것은 단지

노을 지는 풍경이 아닌

지는 해를 기억해줄 존재라

 

지난 구름의 흔적을 그리워하는 바람

혹은 그가 품은 것들을 함께 위로해줄 밤이라

 

오늘로 쌓여가는 과거와 같이

죽어있는 당신의 발자국 무덤과도 같이

언제나 뒷모습으로 기다리는 것이다





2. 나비의 무덤



나비의 무덤은 생각보다 훨씬

바닥과도 같았다

 

그가 일으켰다던 바람은

오직 한생의 현상으로 날카롭게 박혀있고

 

화석처럼 발견된 두 날개만이

마지막을 기억할 것이다

 

하늘 아래 숨구멍을 내밀던 평생으로

다만 허공 속에 표류할 것이다






3. 우수



마른 나무들이 벤치에 앉아

계절 따라 밀려오던 겨울을 이야기 한다

어떤 나무는

봄을 기억한다

 

지난 봄을 기억하다 서로

엉겨붙고 거꾸러진 뿌리들이 흘러가는

구름 따라 손짓한다

 

어떤 나무는

앙상한 표정으로

뚝뚝

지난 낙엽처럼 뚝뚝

자신의 두 눈을

하늘 위로 떨구고 있다





4. 익사



어느 쪽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인지

해도 달도 부서지는 일렁임과

모서리 없는 거울이 고요하게 서있다

 

헤엄치는 것들에게는

어느 쪽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일지

어느 쪽이든 익사한 것들은 진짜를 살았겠지





5. 폭우



동시다발적으로 또

사방으로 부딪히는

네모난 비명

 

깊숙이 출구를 묻던 집요함으로

우물 안을 비집고 들어서는

안쪽에서부터 부서지는

중력의 모양

도망치는 비 내음

 

오랫동안 들려있던 뒤꿈치가

거품처럼 솟아 증발한다





이진아

ljina0218@naver.com

01094419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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