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by pcy posted Sep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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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 실

 

까맣고 윤기나는 검은 실 사이에

은색 실이 돋았다

 

처음엔 몇 가닥

후에는 셀 수 없이

 

젊은 날의 흔적과 현재의 흔적이 만나

인생의 중반에 드리웠다

 

미워하지 말아라

그것 또한 너의 일부분이니

슬퍼하지 말아라

너의 나머지의 시작이니

  




 

어느 여름날

 

어느 여름날

그늘 밑에 가만히 누워 눈을 감고

매미 울음소리를 귀에 담는다

 

내 눈앞에 푸른 잎사귀들이 흔들거리고

그 사이로 빛이 들쳐 보석처럼 빛난다

 

여름을 담은 바람이 내 몸을 스쳐 지나간다

치맛자락이 살랑거리는 어느 여름날

지나가는 어느 여름날이었다

 




바람

 

바람은 저 멀리 소식을 달고 온다

봄꽃이 오는 것도 모르고 있을 때

봄 내음을 몰고 와서 내게 귀띔 해주고

 

꽃이 다 져버려도 봄을 놓지 못하는 나에게

햇볕 아름다운 날이 온다고 내 볼을 쓰다듬고

 

붉은 단풍 언제 오나 푸른 잎사귀만 바라보면

늦게 와서 미안하다 하며 머리를 어루만지고

 

다 떨어져 버린 붉은 단풍 사락사락 밟으며

눈 내리는 날 기다리며 앉아있으면

하얀 눈송이 흐드러지게 뿌리고

내년 봄 내음 가득한 날 다시 오겠다며

내 손 잠깐 스치며 저 멀리로 날아간다





배추흰나비

 

마루에 앉아 멍하니 꽃밭을 쳐다보면

어느샌가 날아와 날개를 살랑이며 꽃잎에 쉬어가는

배추흰나비 한 마리

 

비단같이 고운 하얀 날개를 살랑이며 날아가는 너는

자유로이 공허한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너는

참으로 우아하고 고귀하다

 

  




거울

 

뭐든지 다 비춰내는 너는

내 모습 하나 제대로 비추지 못하고

거짓되고 모순된 모습을 비춘다

 

거울 속 나와 눈 마주치는 게 어색하고

점점 널 마주하지 않게 되었다

 

나와 너는 같은 듯 같지 않다

내 진실된 모습 같지만 거짓된 모습이다

 

네가 나를 진실된 모습으로 비출 때

비로소 나는 너를 다시 마주할 것이다

 







박찬영

연락처

010-5955-6449

이메일:iamespo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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