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
바다야자자
그만 울고 자려무나
바람아 너도 자자
어머니 구들에 불 때시니
아랫목으로 오려무나
호롱불 아지랭이 일렁일렁
울 아부지 고갯배도 출렁출렁
어머니 한땀한땀 오색실 바느질에
그믈처럼 기워지는 바지섶
바늘귀 키워 저 달에 꿰어서
한금빛 한올한올 풀어 띄우자
아! 달아!
월척이다!
보름달
어머니 밥 위에 김치 올려주시며
잘 먹는다 잘 먹는다
그렇게 살이 올랐다
아부지 변소까지 손잡아 주시며
봐라 봐라 하나도 안 무섭다
그렇게 맘이 밝아졌다
남산만한 배를 걷고
깜깜한 평상위에 잠을 청한다
더할나위 없는 날
다 채웠으니
내일부터 줄 일만 남았다
단풍
다섯 개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 다니며
간지럽혀 대는 바람과 놀았다
매일 뜨는 햇살을 기다리며
늑대 소리에 숨죽였다
이천사백번의 눈물을 닦고
나만의 속도로 시간을 태웠다
동동주 한사발 들이키고
메밀전 한 젓가락 호호 불고 있는데
그 옆에 내려와 앉는다
또 한 세월이 좋았구나
오물오물 손녀의 입이 말한다
아! 예쁘다
동화책 한 페이지가 되는 너는
손녀를 닮았구나
뿌리
홍수 속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가뭄 끝에서 겨우 마른 침을 삼켰으리라
매서운 바람 앞에서 당신에게 기대라며
비틀어져 가는 다리로 벼텨냈으리라
긴 겨울 깊어진 주름
세월을 사랑으로 호흡했으리라
굵어진 손마디 굽은 손으로
세상을 희망으로 움켜 쥐었으리라
아! 어머니!
뼈마디 시린 얼음물에 언 손 녹여
생명을 피워내셨네
콧노래
엄마 손잡고 걸음마 배우며
아빠 발자국 따라 눈밭에 길을 내면서
그렇게 익혔다
보글보글 된장 찌게
도마위에 칼질소리와도
양념처럼 어울렸던
싸리문 앞 따르릉 자전거 타고 오실 때
군고구마 후후 불어주실 때에도
곁들여 불러 주셨던
이제
내아이가 그 노래를 부른다
뛰어가다 멈춰선 풀꽃 앞에서
어머니의 들숨과 아버지의 날숨이
허공에 그려진 오선위에
음표와 쉼표로 흘러간다
아이의 감은 눈썹 위에
햇살이 내려앉는다
사랑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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