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차 창작콘테스트 시부분 응모 (월출 외 4편)

by 이음 posted Oct 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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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



바다야자자 

그만 울고 자려무나

바람아 너도 자자

어머니 구들에 불 때시니

아랫목으로 오려무나


호롱불 아지랭이 일렁일렁

울 아부지 고갯배도 출렁출렁


어머니 한땀한땀 오색실 바느질에

그믈처럼 기워지는 바지섶


바늘귀 키워 저 달에 꿰어서

한금빛 한올한올 풀어 띄우자


아! 달아!

월척이다!







보름달



어머니 밥 위에 김치 올려주시며

잘 먹는다 잘 먹는다

그렇게 살이 올랐다


아부지 변소까지 손잡아 주시며

봐라 봐라 하나도 안 무섭다

그렇게 맘이 밝아졌다


남산만한 배를 걷고

깜깜한 평상위에 잠을 청한다


더할나위 없는 날

다 채웠으니

내일부터 줄 일만 남았다







단풍



다섯 개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 다니며

간지럽혀 대는 바람과 놀았다


매일 뜨는 햇살을 기다리며

늑대 소리에 숨죽였다


이천사백번의 눈물을 닦고

나만의 속도로 시간을 태웠다


동동주 한사발 들이키고

메밀전 한 젓가락 호호 불고 있는데

그 옆에 내려와 앉는다


또 한 세월이 좋았구나


오물오물 손녀의 입이 말한다

아! 예쁘다


동화책 한 페이지가 되는 너는 

손녀를 닮았구나






뿌리



홍수 속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가뭄 끝에서 겨우 마른 침을 삼켰으리라


매서운 바람 앞에서 당신에게 기대라며 

비틀어져 가는 다리로 벼텨냈으리라


긴 겨울 깊어진 주름

세월을 사랑으로 호흡했으리라


굵어진 손마디 굽은 손으로

세상을 희망으로 움켜 쥐었으리라


아! 어머니!

뼈마디 시린 얼음물에 언 손 녹여 

생명을 피워내셨네







콧노래

 


엄마 손잡고 걸음마 배우며

아빠 발자국 따라 눈밭에 길을 내면서

그렇게 익혔다


보글보글 된장 찌게 

도마위에 칼질소리와도

양념처럼 어울렸던


싸리문 앞 따르릉 자전거 타고 오실 때

군고구마 후후 불어주실 때에도 

곁들여 불러 주셨던 


이제

내아이가 그 노래를 부른다

뛰어가다 멈춰선 풀꽃 앞에서


어머니의 들숨과 아버지의 날숨이

허공에 그려진 오선위에

음표와 쉼표로 흘러간다


아이의 감은 눈썹 위에 

햇살이 내려앉는다

사랑이 들려온다




<인적사항>

이름 : 안수진

e-mail: 0415asj@naver.com

전화 : 현재 해외에 있어 전화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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