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차 창작 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파도의 형상 외 4편

by JD posted Oct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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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형상


1. 부드럽게 날리는 수치의 향기에
   침묵으로 요동치는 파도는
   악어의 눈물을 모으기 시작한다


2. 죽은 자들의 장례를 치르는 파도
   하얀 세마포로 온몸을 뒤덮기 시작한다


3. 팔다리를 감춘 하늘 앞에서 파도는
   때로는 파랗게 흔들리기도,
   빨갛게 흔들리기도 한다





첫사랑



이름도 없이 처형당한 어제의 밤
비맞은 거미줄 뒤에 숨어
하늘을 바라보는 거미도
봄의 온길 그리던 겨울의 심정을 느꼈겠지요
붉어진 눈시울에 맺혀있던
눈물은 미풍에 녹아 사라지게 놔둔 채
풍랑 이는 물결에 잠겨가는 꽃을 보며
지는 모습이 아름답기만을 바라고 있던 저였습니다
계속해서 가슴 한 언저리가 시려와
달빛에 잠든 바다의 고요한 은모래처럼
물컹한 외로움을 억지로 꿀꺽해보기도 했지만
물이 가둔 빛에
제 심장의 붉은 파도는 오늘도 철썩입니다
어디로 간걸까요 그녀는
지금 제 손엔 눈물 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만이 있습니다





영혼의 샤워



한낮에 발의 보폭이 달랐던 펜조차
저녁이 되면 달빛을 유인해 발을 모으고
검은 피로 흘러나오는 밤을 따라가는데
아직 갈 길이 먼데 떨어져버린 종이비행기처럼
분주하게 어둠의 등줄기를 타고 끝을 내달린 인간의 혼은
밤의 상냥함에 어깨를 기댄 채
영혼의 샤워를 원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펜을 놓지 않을 것이다
검은 피를 토해내기를 멈췄을 때 비로소 종말이 옴을 알기에
그들의 가슴 시린 몸을 일으킬 날을 고대하고 있다

마치 행복을 빌어주는 전갈자리의 안타레스처럼



최후의 보루


매일 끊나지 않는 최후의 보루에서 부르는 노래
붉은 피가 흐린 손금을 타고 흘러가는 것을 운명이라고 부를 때
모래시계는 노을처럼 날개를 접고 추락한다
깊게 파인 눈에서 부러진 지팡이가 겹겹이 신탁을 내리고


노을빛을 외우던 홀쭉한 달빛은 물컹했던 황금길을 떠올린다


허우적대던 나뭇잎이 고개 숙인 인간의 황홀한 어깨를 읽을 때
저기 별은 사랑과 슬픔을 혼동하고 있네
바람을 안고 사는 나무는
그것을 달빛이 켜는 화음이라고 말한다


빛의 머릿결이 붉어지는 별들과 함께
수런수런 모여드는 저녁
누가 여길 불 질러 준다면 그리움의 스위치가 바뀔지도 모르는
여기는 심장에 얼음이 생겼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곳


이곳에서 달빛 세마포를 입고 내일을 기다린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신의 미세한 세포는
은밀한 춤을 췄거나
어젯밤 몰래 바람을 마시고 은총을 품었을거야


빛에 눈이 먼 달처럼
별을 품고 싶었겠지


분홍의 욕망은
아름다움의 근원을 품었고 


그 중 품위 있는 경쟁에 실패한 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죽기도 했어


흰 발목 아래 흘러가는 밤을 거닐던 신은
그것을 보고서 울음의 음파를 삼켰어


신의 숨결이 쓴 글씨에
소멸하는 빛과 밤 사이에서
신생의 무덤이 불을 켰지
그것이 바로 당신이야



성명 : 장윤성

이메일 : jolly5911@naver.com

연락처 : 010-3077-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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