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라도 외4편

by 최설운 posted Oct 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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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 한국인] 32차 창작 콘테스트

 

 

  *  전북 군산시 하나운 130-1 세광타운 1204

* 연락처: 010-2246-4823

* 이메일: snowchoij@hanmail.net

 

 

 

 

 

 

 

 

 

 

 

 

 

 

 

 

 

 

 

 

 

 

 

* 김밥

- 노다지

 

 

검은 비닐 휘장을 드리우고

사금을 캐는

한 무리들이 있었다.

 

새 하얀

밥이 그리워서

노랗게 물든 낟알들을

 

바수고 바수어서

흔적들을 찾고 있었다.

 

모래알에 파묻혀 있는

 

사금(砂金)을 찾기 위하여

눈을 부릅뜨고

동굴 속을 헤매고 있는데

 

개천가의 힘찬 물줄기는

이들의 욕망을 씻어주면서

쓰라린 배고픔을 함께 참고 있었다.

 

 

 

 

 

 

* 정동진에 가면 에덴으로 가는 뱃길이 보인다.

 

 

 

살아오면서

고향을 떠나본 일이 없는

그런 사람도 있다.

 

정붙이고 살면

그곳이 고향이라고 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그것은

고향 찾기의 예행연습이다

 

남대천을 찾는

연어 떼들은

이구동성으로 떠들어댄다

-이곳이 그곳이다-

 

해가 동쪽에서 뜨고

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도 있었겠지만

 

사람들은

혼자, 그리고 떼지어

정동(正東)쪽으로

정동 쪽으로 모여들었다.

 

 

 

* 카바레 송()을 아십니까.

 

 

고가도로 아래 골목을 돌아들면

어스름이 서서히 비쳐드는 곳.

 

오늘 따라 빗물이

네온불빛에 반짝일 때면

서글픔도 더해 갑니다.

 

진득하게 묻어오는 인정이

주전자 물 끓어오를 듯 한 이곳에는

휘황찬란한 무지갯빛이 서려오고

 

못다 한 을 천둥소리처럼 내뿜는

숨겨진 목소리도 들려옵니다만

 

그래도 이곳에 오면

애환의 뭉클한 손길로 잡아주고

무한한 정념의 세계로 당겨주는

따스한 호흡이 있습니다.

 

세상사 숨 막이듯이 턱턱 막히고

남정네의 사무침이

뼛속까지 스며오는

그리운 여인네는 다 이곳으로 오세요.

 

안타까움으로 당겨주고 밀어주는

이 시대의 마지막 휴머니스트

그 사람이 있습니다.



* 숨어사는 자는 어디론가 떠나고

 

 

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해

헤매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린 시절에는

숨바꼭질을 할 때

여기저기 숨어 다녔다.

 

헛간 구석으로, 이웃집 마루 밑으로

측간으로

하다못해 개집 속까지......

 

요사이 숨어 다니는 사람들은

꽤나 불안스러울 것이다

 

그때에는 들키거나 붙잡히면

술래가 되는 것 그뿐이었지만

 

지금은 동네방네 떠들썩거리며

천지간에 이름 석자로 개망신 당하니까

그래도 찾다찾다 못 찾는 친구가 있었다.

 

장독 뚜껑을 열고

쥐 죽은 듯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해질 저녁에야

하늘을 들고 세상을 두리번거렸다

 

날 찾는 이 없는

이 세상은 고요하고 조용했다.





* 마라도

 

 

( 1 )

 

생후 처음으로

이름만 어렴풋이 들어오던

미지의 섬으로 떠나던 날

설레임은 배 멀미와 함께 울렁거렸다.

 

티브이에서는

30년 만에 상봉하는 가족들이

울음으로 얼싸안으며

아직도 만나지 못한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자리덕 선착장의 코베기 쌍굴은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숨 가쁜 호흡으로 바닷물을 들이키고

 

바다는 서럽게 서럽게

바람만 불어댔다.

 

( 2 )

 

부모 곁을 떠난

외로운 삶처럼

억새풀은 바람에 나부끼고

항일성으로 얼굴을 길게 드리운 태양광 발전소는

광합성 작용을 하고 있었다.

 

최남단의 비석마저 없었다면

어느 누가 이곳을 그곳이라 불렀을까

 

분교(分校)는 작은 운동장을 동그라니 내밀고

백년에 한번 오랜 참음으로

꽃을 피우는 백년초는

 

가시 돋친 독설로 말이 없는데

하늘에 사는 하르방이

땅의 할망을 만나러 오는

길목의 장군바위는

 

바다와 땅이 어우러지는

이곳의 전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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