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차 창작 콘테시트 시 부문 응모작

by 달월 posted Oct 31,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시와 시어머니

 

시가 뭔지 모르겠고 시가 시시해서 시인지

시가 시답잖아 시인지

시는 시어머니 같아서 시인지

인지 못할 시는 시궁창에다 시루떡 버리듯 해요

 

시는 시시때때로 미워요

 

 

시원한 시냇물에서 시렁 시렁

시를 읽으며 시건방진 시에게

시이소처럼 시돌하고 싶어요

 

시럽을 삼키자 시원찮은 시감이

시시로 바람에 시려요

시는 시어머니 같음을

시이소오 타며 알았어요

 

나는 시에요

 

중복

 

노린내 나는 발바닥에 얼음을 대고

차갑지? 차갑지? , 안 차가워?

열 불나게 만드는 애인 앞에

한 여름 태양은 숨 막히는데

 

마당 앞 강아지가 똥을 싸고

킁킁 냄새를 맡는,

수박장수가 꿀수박이 한통에 만원이요 만원...

외쳐대는 오후 두 시

 

 

다 귀찮고 소용없는

뜨거운 여름날에

누워도 낮잠도 안 오는 이 여름날에

 

멀리서 비가 오네

비가 오네

 

하얀 미움

 

옆에 누가 있으면

잠이 안 오는 대식이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20년을 살다

행당동 원룸에 갔을 때

알았네

하늘이 하얀색 이라는 걸

 

라스코테 추리닝을 입고

산책을 하던 아파트를

만 원짜리 청바지를 입고

갔을 때

새로 온 경비 아저씨가 쓴 모자가

하얀 색 이어서

대식이는

하얀 옷에

하얀 구두를 신고 도망간

사기꾼이 하얗게 미웠네

 

 

 

비밀

 

숙제를 안 해 왔어

초등학교 5학년 교실

나는 숙제를 안 해 왔어

아이들의 비웃는 시선을 견디며

선생의 꾸지람을 들었지

 

다음날

나는 또 숙제를 안 해갔어

애들이 수군댔어

 

집에 왔어

몸을 못 쓰는 엄마가 누워 있었어

나는 부엌에서 밥을 했어

다음날도 숙제를 안 해 갔어

 

 

죽음의 이유

 

 

밑에 여 동생이 있었고

아버지는 술을 마셔도 안 마셔도

우리를 밟고 때렸고요

 

엄마를 패대기치고

속옷 차림으로 내 쫓았고요

 

우리는 울며 아버지께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빌었고요

 

열다섯 나이에

프레스에 손을 잘리던 날

 

아버지는 죽었어요

 

우리는 슬픔이 뭔지

하늘을 보고 물었어요

 

엄마는

그 다음 날

우리들에게 마지막 밥을 해 주었어요

 

우리는 지금 번개탄에 불을 붙이고 있어요.

 

 

 

 

 

 

 

남 상봉

010-9224-3742

이메일 nambong51@naver.com

 

 

 

 

 

 

 


Articles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