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차 창작콘테스트 응모 시부분 고백 외 1편

by 김민주 posted Nov 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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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있지, 나는 있잖아
매일 밤, 침대 위 잠들기 전이 참 싫었어
침대 밑 스멀스멀 올라오는 
눈을 뜨는 그 모든 순간에 외면했던
내 감정들이 피부를 뚫고 들어와서는
폐부에 앉아 지들끼리 속닥이는 것
같았거든

있지, 나는 있잖아
매일 새벽, 떠오르는 기억이 참 싫었어
나를 바라보는 그 모든 시선에
애써 눈을 마주치지 못했던
 나를 죽여버렸던 내가 떠올라
그 모든 걸 담은 낮들의 시간이 날 비웃는 것
같았거든

있지, 나는 있잖아
매일 아침, 어두운 시간이 없었던 듯한 밝음이 참 싫었어
나를 그렇게 괴롭혔던
숨 한 번을 못 쉬게 목을 조르던
원인 모르는 그 아이의 얼굴이 어쩌면
나보다도 더 슬프게 울고 있던 것
같았거든

있지, 나는 말이야
매일 나를 죽이며 사는 게 실은 참 무서웠어
그건 너무 아픈
외로운
괴로운
미안한
가여운
일이잖아
그러면서도 나를 사랑하는 게 또 두려워서
울고 있던 나를 모른 척했어
나는 그렇게 홀로
매일 밤을 아파하고
매일 새벽을 후회하고
매일 아침을 저주했어
그냥 그렇다고
그냥 나는 그랬다고



엄마, 엄마는 엄마가 되고 싶었어?

엄마, 엄마는 엄마가 꿈이었어?
그럼, 엄마는 우리 딸 엄마가 되는 게 꿈이었지.
우리 애기, 얼른 씻고 어린이집 가자.

엄마, 엄마는 엄마가 되는 게 꿈이었어?
응, 엄마는 그게 꿈이었어.
알림장에 적힌 숙제는 다 했어?

엄마, 엄마는 장래희망에 엄마라고 적었어?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네.
수련회 갈 짐은 다 쌌어?

엄마, 엄마는 언제부터 엄마가 되고 싶었어?
글쎄. 그건 그렇고
시험은 잘 봤어?

엄마, 엄마는 엄마가 되고 싶었어?

엄마, 엄마는.

나는 더는 묻지 않는다.
엄마는 엄마가 되고 싶었는지 
우리 엄마가 꼭 되어야만 했는지
물음을 물으면 목이 메어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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