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회 창작콘테스트 악몽 외 4편

by 천천히걷자 posted Nov 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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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저 어제 악몽을 꾸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절 향해 비난과
돌팔매질을 하는 
그런 꿈이요

저 어제 악몽을 꾸었어요
거대한 괴물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는
그런 꿈이요

저 어제 악몽을 꾸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그런 꿈이요

저 어제 악몽을 꾸었어요
사랑했던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사는
그런 꿈이요

저 어제는 악몽을 꾸었나요?
어제 꾼 꿈이 악몽인 건가요?
악몽을 꾸었나요?
악몽... ......나요?
악몽은 저였나요?


[어느 악인의 노래]

천둥 치는 밤에
회백색 무지개로 사라진 그대
전부터 앓는 소리 한번 않고
어찌 그런 고통 감내하셨나요

가면 뒤에 감춰놓고
드러내지도 않은 채
가슴엔 썩은 웅덩이만
하나둘 늘어나도 왜
알려주지 않은 거죠

남에게는 나쁜 사람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런 적 없죠
툭툭 내뱉던 날카로운 말들
비수 되어 찔러도 피토 한번 하지 않던 당신

단출한 글자 남겨두고
그 차가운 밤에 떠나시니
마음이 어떠셨나요
탄수 한잔 마신 것처럼
가슴이 거뭇거뭇했었나요

잊기 위해서 
그대 있던 공간
아직 뱉어내지 못했던
남겨진 비수로 갈기갈기 찢어내
반쯤 굳은 흑혈을 뿜어냈다는 걸

내가 악이였어요
청아하고 맑던 그대 망가뜨리고
지금 나 자신 스스로
무너지고 있으니까

막 방금 동굴에서 빠져나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건지
내 눈이 빛을 잃은 건지
곁엔 알려줄 이 하나 없네요

이젠 기댈 곳도 없죠
지독한 고립으로 벌주시는 건가요
내가 기댔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죠
모두 비틀거리며 상처투성이로 떠나갔죠...



[단풍]

적색 파편들이 
아래로 아래로
망설임 없이 떨어지는구나

아이야 내가 널 피웠을 때
앙상한 온몸을 가려주듯
듬뿍히도 날 채워주더구나

시간이 지나
뜨거운 태양이 내 몸 어루만질 때
너는 그마저 막아주듯
내 살갗 비치지 않게 하더구나

아이야 이제 너를 보내야 하는구나
네 몸 형형색색 물들인 그 붉은빛은
널 떠나보내는
이 어미의 피눈물이란다

아이야 네가 없는
이 계절은 부단히도
나를 괴롭게 하는구나

양손 가득 냉기 품은
그 계절이 나를 조각내어
얼음 실로 나를 묶어도
널 보낸 죄로 달게 받으리

내 살려고 
힘줄 끊어 
너 없는 고통에
벌벌 떨고 있구나



[어머니]

나 체하면 급하게 장록 속 
반짇고리함 꺼내 따주던 당신
행여 아프기라도 하면 
왜 아프냐며 무심한 척 
쌀죽 만들어 주시곤 했죠

하나 어긋나지 않게 차곡히
텅 빈속 채워주시던 당신
이게 자식 키우는 재미라니요
얼마나 귀찮고 손 많이 가나요

애정 구걸 한번 한적 없는데
삼등분으로 나눈 애정마저
내 그릇 가득 넘쳐 
바닥에 호수 만들곤 했죠

어른 딱지 달고 나서야 깨달았죠
아낌없이 주는 나무 당신이란걸
매일 주기 위해서 살아왔던
가여운 한 사람이였단 걸 

바람도 강약이 있어야
세참을 아는데
그대 사랑 항상
세차게 불어오니
내 당연한 줄만 알았죠

우리는 어쩜 
당신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찰흙인형이 아닐까요

아직 철부지인 나도
세월 지나 자식 딸린 어른 되면
고기반찬 다 주시고
남은 반찬에 밥 한술 뜨시던
그대 마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고슴도치]

너를 질투할때마다
하나
너를 미워할 때마다
하나
너와 싸우고 나서
하나
잔여 뭉쳐 
하나

낮은 감정들 점점 불어나
비대해지기 전 
모두 곱게 갈아
가시로 만들었네

좋았던 기억은 왜 이리 
빨리도 무뎌지는 걸까
싱그런 과실 보며
우리 사이도 달콤해지기를
그렇게 속삭였었는데

손잡고 거닐었던
모든 곳에 추억 자국
아로새겨 잊지 않겠다고
평생 함께 하자고
약속했는데

근데 달콤해지니
오래된 바나나처럼
썩어 문드러지더군
견딜 수 없듯이

어쩜 약속이 이렇게
가벼운 것이었나
거짓말로 탈바꿈하는 건
정말 순간이네

사랑하며 지내기에도
짧은 시간에
너를 보내고 나니
나는 가시 더미가 되어있네

고슴도치 되어 있네



최건
010-8976-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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