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차 창작콘테스트 : 분실물을 찾습니다 외 4편

by 희희성 posted Dec 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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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을 찾습니다

 

분실물센터에 버려진 것들을 볼 때면

가난뱅이의 견본과 고낭 난 텔레비전이 생각났다

사고사한 동생과 대출이 전부인 동창생

우리는 없는 채널 안에서도 서로의 사연을 밤새 뒤적였고

어림잡아도 10평뿐인 밤엔

주인공이 된 듯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었다

술에 거나하게 취한 어느 날

비눗방울로 나와 닮은 얼굴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오른손잡이인 내가 오른손으로 만든 얼굴이

왼손으로 만든 얼굴보다 예쁘지 않을 때

나는 왜 이방인이 된 것 같았을까

 

밥벌이의 시간엔 과식은 죄라는 교훈과

자신만만한 표정이 필요했다

우리는 귀가시간도 잊은 채 자주 모였다

지구 건너편에 나와 닮은 얼굴을 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에 대해 떠들며

서로의 말마따나 겸허하게 행복을 받아 들였다

가끔은 독촉전화에 심장박동수가 빨라져

모욕적인 말을 스스럼없이 발설했고

새해다짐으로 순응을 되새기곤 했다

서툰 말주변은 자주 혓바늘이 되었다

어느 날은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며

성공학과 동기부여에 대해 설교했고

잃어버린 것들이 떠오르는 밤이면

너도나도 분실물센터를 찾았다

 

증명사진으로 기억된 얼굴들

웃어야 복이 온다는 말 뒤엔 많은 밤이 뒤따랐을 거야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이혼경력을 들먹이고 소주잔을 마주했다

날씨가 좋다는 말들로 전할 말이 가득해

입소문은 긴 시간 열차를 탔다

우리는 모두 닮아가는 중 이었다




항구의 밤

 

그리운 이들이 있어 내 이름은 바다의 편지야

갈매기들이 한 줌 끌어온 이야기에 기대

오늘도 두런두런 사연을 나누곤 해

매일 목마른 시간들에 노을을 한 움큼 삼키면

바다도 가끔은 절벽이 되어 항구를 적시곤 한단다

길지 않아도 바다만큼 푸르던 나날들

가로등처럼 비춰 환하게 꿈꿔온 시간들

어느덧 내 몸은 촉수가 되어

긴 시간 어부의 삶을 항해해 왔지

 

바다의 혀끝에 앉아 별들은 꽃을 피워 내

물과 가까워서 긴 시간 눈물을 적신 걸까

나는 부두 안에서 소금기 어린 이야기들을 건져 내지

항구의 밤에도 어둠은 깊어서

우리는 매일 파도를 피해 수없이 헤엄쳐 왔을 거야

오늘 밤엔 어떤 꿈이 하늘 높이 튀어 오를까

목적지 없이 흘러가는 바람의 귀에

물결은 반 페이지의 사연을 새기고 있어

일몰은 늘 방파제의 끝에서 가장 잘 보인단다

별들이 정박하고

그림자들이 등대 아래 모이면

우리는 이곳에서 가장 큰 숨을 들이쉬지

때론 거침없고 때론 자유롭게 드나들며

이 밤도 우리답게 그려두는 거야

 

저 멀리 바다의 이야기가 떠밀려 온다




해녀 김해운씨의 바다 이야기

 

3대째 해녀 집안인 김해운씨는 오늘도 거친 파도를 넘습니다

그녀가 사랑한 계절엔 어떤 이야기가 자라날까요

하루의 끝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보름달과

유일하게 집이 되어 주었던 바다

운명이라는 파도는

어쩌자고 숨이 되었는지 빗소리만 굵어집니다

 

휩쓸리듯 성큼 다가온 봄에도

나비는 하루 종일 바다 위를 날았고

그녀는 오랜 친구를 반기듯 바람을 타고 내렸죠

서로의 눈이 되어 헤엄치던 밤

그리운 인연들이 그물처럼 얽혀

긴 시간 그녀의 섬이 되어 주었던 걸까요

인생이라는 돌다리의 연속에서

바다는 해운 씨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긴 서사를 풀어냅니다

밥그릇 안에 수북이 담기는 숨들

힘을 다해 물결을 움켜쥐던 새벽도

울컥이듯 고요를 품습니다

 

해운 씨는 깊은 사연을 고백하듯 보초를 섭니다

바다가 쓸고 간 자리, 보금자리 없는 이들은

한바탕 기지개를 켜고 서로를 환영합니다

물장구를 치며 한평생 애물단지를 품어온 기억

서로 다른 보폭으로 물 위를 오가던 태양

가장 낮은 음역에서 환란하던 꿈들

휘몰아치는 것들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지

간밤에 꾼 꿈에 바다의 행렬이 우렁찹니다 



 

가난과 밤

 

우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가난을 사육했다

불면의 밤에도 매일 일하러 가는 일용직 노동자 언니와

귀뚜라미처럼 울던 동생들

밤이 드리우면 달도 자주 담벼락에 걸렸다

닮은 것들은 어떤 혈통을 가지고 있을까

굶주린 배는 유일하게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렸고

우리는 모여 앉아

서로의 정신력과 적응력을 탓했다

 

서둘러 걷는 법은 잊은 지 오래였다

우편물처럼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밤이 무서워

서로의 뒷모습을 부둥켜 안던 기억

가로등 불빛이 한 잎씩 피어나면

우리는 자꾸만 솔직해졌다

밤은 왜 이리 빨리 찾아오는 걸까

 

속이 더부룩할 때면

졸업장과 이력서를 사이에 두고

두런두런 가족 행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침묵을 집어삼키는 밤과 그림자

옷깃을 흔드는 찰나의 한숨과 탄성

우리가족은 가장 조용한 맹수가 되기 위해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는 연습을 했다

밤하늘은 머리를 질끈 묶어 맸고

허공을 메우는 바람의 선율

귀가하지 않는 별자리의 시간들은

여전히 발바닥처럼 가렵기만 하다 



 

 

인터폰으로 쥐떼의 속죄를 엿들었다

암호를 외치듯 찍찍거리는 작은 사제들

급한 용건은 발자국을 길게 수놓았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의 길 이었다

빠르게 벗어나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이라며

밤바람에 생()은 쫓기듯 자취를 감췄다

길을 잃은 것 같기도 했다

듬직한 품은 오후 2시의 햇볕과도 같았고

하수구를 떠돌며 오랜 시간 그림자를 찾았다

그것이 길마다 버려져 있는 줄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남겨줄 수 있는 것이 오직 오염된 자리이기에

오랜 서식이 가끔은 공포스럽기도 했다

갉아먹기에 유용한 이빨

갉아내기엔 많은 생명이 배 속을 부여잡고 있구나

한 달 치 식량이 자신의 몸보다 크게 느껴질 때

죽음은 꼬리를 쫓고 배는 뒤끓었다

언제부턴가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좋다는 핑계로 오랜 시간 방랑했다

아무도 우리를 도망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식량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으면

저절로 정직하고 엄숙해지는 표정

탄식하듯 뱉어낸 말들은 순식간에 바람에 새겨졌다

코 푼 휴지처럼 붙어있는 숨

비상구뿐인 나의 집

물고 늘어진 시간들은 여전히 막다른 골목을 떠돌고

세상 아래 숨어사는 버릇만

길바닥 위를 나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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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사항>

-이름 : 김희성

-이메일 : rlagltjd1235@naver.com

-연락처 : 010-6295-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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