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겨울 (동시)
책에서 본 겨울은
새파란 잎도, 붉은 단풍들도 사라진 나무에
쌩쌩 부는 바람과
그 바람에 오들오들 떠는 동물들뿐이었는데
제가 살아본 겨울은
학원가는 길에 파는 따뜻한 붕어빵과
그 붕어빵을 한 개 더 넣어주는 아주머니
혹시나 식을까 조마조마하며
캔 커피 두 개를 주머니에 넣고 오는 대학생 형아
혹시나 추울까 안절부절하며
목도리, 장갑, 귀마개 꽁꽁 싸매주는 엄마
감기 조심하라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 까지
따뜻한 것들 투성이입니다.
겨울은 춥기 만한 계절은 아닌가 봐요.
2.우체부
어머니 보고 싶은 마음
꾹꾹 눌러 담은 편지
군대 간 앞집 청년이 쓴 것이고
좋아해, 보고싶어
글로만 끄적인
우표가 붙지 않은 편지
윗 집 소년이 쓴 것이고
조각난 색종이와
삐뚤빼뚤한 글씨
어제 사탕 사준 꼬마가 쓴 것이고
투박한 글씨와 손때 묻은 편지지
보내지 않는,
아니 보낼 수 없는 편지
늘 사랑을 담아 인사 해주시는
아래층 할머니가 쓰신 것입니다.
이 모든 감사한 마음들을
소중히 전달하겠습니다.
3.한 숨
모두들 바삐 움직일 때
한 숨 쉬었다 가세요.
광할한 가을 하늘도 보시고
그 속에서 강아지 구름도 찾아보시고
아무도 몰래 혼자 여행도 떠나보시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인연 만나보시고
모두들 바삐 움직일 때
한 숨 쉬었다 가세요.
시원한 밤공기 숨이 찰 때까지 들이마셔 보시고
맑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 몇 개 인지 세어보시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 돌아보시고
문득 생각난 친구에게 연락해보시고
그래도, 그래도
한숨 푹푹 쉬어지는 하루에는
내게 기대었다 가세요.
이름:김영은
이메일: duddmsdk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