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낙화 외 4편

by 운비 posted Dec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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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내 몸이 바람의 흐름을 타고 살랑살랑 흔들린다.
눈을 떠 앞을 내다보니
하얀 꽃잎들이 무리 지어 흔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나는 저 무리와 하나가 아니라고
나는 해에 닿길 원하며 
꼭 이루고 말 거라고

해에 닿길 소망하였던 안개 꽃은
해가 뜰 때면 해를 향해 목을 삐쭉 내밀었다.
열심히 해를 쫓던 안개 꽃은 어느새 해바라기가 되어있었다.

해바라기는 더욱더 햇빛에 목말랐다.
아침이 찾아오면 
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쁨에 취했다
그러다 밤이 찾아올 때면 해가 자취를 감춘 적막한 고독 속에 절망했다.

절망과 후회의 밤이 계속되자
해바라기는 고개 숙여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자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안개 꽃이었다.

해바라기야 안녕
우리에게 물을 줘서 고마워

그 순간 해바라기는 결심했다.
다시 안개 꽃이 되겠다고
땅으로 돌아가기 위해 해바라기는 스스로 바닥에 온몸을 던졌다.


메타포

나는 투명한 실
내가 지나가는 거리 위
같은 영혼 찾아 모아 꿰어낸다

소낙비가 내리친 그 자리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서
그저 땅만 보고
한걸음 한걸음 내디뎠다

한참을 걷다 보니 
도착한 작은 공원
힘없이 떨궈진 내 고개 덕분일까
내 눈엔 호수가 담겼다

어라? 참 이상하다
나 아직 눈물 
흘리지 않았는데
호수가 일렁인다

가만 보니 일렁이는 호수에
희미하게 무언가 비친다
구름이다
구름의 눈물에 호수가 일렁인 것이다.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는 
구름을 찾기 위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구름을 찾아내자마자
구름은 마치 
내가 쳐다보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곧장 눈물을 멈추고는
다양한 모양을 뽐내며 날 웃음 짓게 했다
구름은 내게 선물을 주고 싶었나 보다.

구름이 내게 주고 간 웃음이라는 선물
구름의 따뜻한 마음 내 안에 고이 간직하고는 
선물의 포장지를 벗겨냈다
선물 상자 속에는 희망 씨앗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희망의 씨앗들이 내 안에 심어진 그날 이후로 
나는 구름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나도 저 구름과 같이 되기를 기도했다

그리하여
구름처럼 되기 위한 나의 도전은 시작됐다.
하늘 위에 띄워 오르기 위해
 마음속 무거운 짐들을 하나하나 던져보려 한다.

하늘 위에 오르면
그저 흘러가는 연습을 해야겠지
그렇게만 된다면
난 피하기 바빴던 저 뜨거운 태양도 
아주 가까이서 감싸 안을 수 있게 될 거고
가끔은 아주 황홀한 무지개와 만날 수도 있을 거야

만개

난 그저 던져진 하나의 씨앗
꿈틀꿈틀
온 힘 다해 발버둥 쳤네

땅 위에 오르리
땅 위에 오르리

빼꼼 돋아난 초록빛 새싹
두리번두리번
어찌할 바 몰라

나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소리를
따라 한걸음 한걸음 솟아올랐네

가는 길에 해님을 만났네
토닥토닥
따스한 미소로 나를 다독여주었네

가는 길에 빗물을 만났네
쏴아 쏴아
활기찬 물기로 목마른 나를 흠뻑 적셔주었네

그렇게 나는 꽃이 되었네
그때 비로소
내 두 발을 꼭 잡은 땅을 느꼈네
이제야 나는 미소 짓는 법을 알았네
진실된 미소를 하늘 향해 띄우네
그렇게 나는 꽃이 되었네


하늘을 눈에 담으면

내 마음이 지칠 때면
마음속 검은 먹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숨을 가삐 쉬어
검은 연기 가득 내뿜어본다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니
저 하늘이 그대로 자신을 내어주었다

나의 눈동자 속에
푸른 하늘이 가득 담긴다

 마음속 바다에
하늘빛 파란 물감 방울  떨어뜨린
쾌청한 푸른빛이 온몸 가득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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