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온통 하얀 눈길에
발을 딛으면
움푹
발자국이 내린다.
온통 하얀 마음에
발을 딛으면
움푹
발자국이 내린다.
눈이 쌓인 눈길은
날 지운다
소복
눈이 쌓인다
시간 덮인 마음은
날 새긴다
똑딱
내가 남는다
고양이
네 숨소리는 작다
펜의 사각거림보다
네 기척은 조용하다
가습기의 뿌연 김보다
네 존재는 거대하다
마음 속의 짙은 우울보다
무촌
"아빠랑 나는 일촌. 엄마랑 아빠는 무촌."
그리고 너도 나랑 무촌.
부모님이 대단하다는 네게,
우리도 대단해지자 할래.
또 나는 단단해져서
네 외로움을 내게 기대놓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