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by 글음표 posted Sep 0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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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가루

                                              이성민

    

 

기억의 열기구에 가득 실은 시간들은

어느샌가 내 옆을 떠나

저 멀리 하얀 구름 뒤로 두둥실 떠 오른다.

 

서서히 멀어지더니

그 거대한 모습도 하나의 점이 되어버리다

사라졌다.

 

하염없이 푸른 하늘 아래

새롭게 부칠 시간의 화물들에 뭉개져

무력과 회의의 가지가 뻗어나기 시작할 때

외로움은 태양 위로 어둠을 덧 그린다.

 

시간은 잠시 내려두고

소년은 열기구에 오른다.

 

막연함에 고개를 걸고 올려다 본 밤하늘엔

그동안 밝아 보이지 않던 수많은 순간들이

별이 되어 나를 내려 비추고 있었다.

 

비로소 소년은 두 눈을 감고 두손을 모은다.

순수는 별똥별이 되어 꼬리를 만들었다.

 

,

발자국

                                               이성민

 

 

당신은 그 말 한마디로

저의 마음 살갗 위에

날카로운 칼 같이 선을 그었습니다.

 

날카로운 칼 날이 선을 그었습니다.

살갗 위로 퍼져 올라오는 새빨간 피가

다시금 칼 날이 지나간 선을 덧 그립니다.

 

아물지 못해 괴로운 상처를 덧 그립니다.

잠이들기 전 오고 가는 발걸음으로

그렇게 마음 한 칸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해갑니다.

 

홀로 되뇌는 미안하는 말 한마디.

이러한 제 작은 이기심 마저 당신에겐 부담이겠죠.

알면서도 이 밤 깊이 방황하는 그림자는 부단하겠죠.

 

 

,

두 눈의 대화

                                                   이성민

    

 

낭만을 믿어요?

 

4차원의 세계에서는

시간에 따라 3차원의 세계가 결정돼요.

우리는 그 시간, 그 곳에 있어야 했기에

마주칠 수 있엇던 거에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마요.

봐요. 계속 마주치잖아요.

필연이란 의미를 두느냐의 차이일 뿐

세상에 필연이란 없어요. 모두 우연에서 시작할 뿐.

 

우린 생각보다 가까워요.

시간 열차에 타 지나치는 그 어떤 사람보다 훨씬 더.

어쩌면 여태 지내왔던 모든 순간들이

지금, 이 곳에 놓이기 위해 흘려보냈던 건 아닐까요.

회색 빛으로 바래진 시간들은 쌓이고 쌓여

당신이 나타날 단상이 되었어요. 바로 여기.

 

그래도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요. 어쩌면 우리는 인연이 아닐지도 몰라요.

허나 쉽게 지워지진 않을꺼에요.

앞으로도 계속 가슴 속에 남아 이어지겠죠.

그리고 그때, 그 곳에서 우린 다시 만날꺼에요.

지금 밤이 깊어 스며드는 이 시간도

그 날의 신발끈을 매기 위해 흘러가는 거겠죠.

 

나는 낭만을 믿어요.

 

,

아기새

                                              이성민

 

 

알을 깬 그 날 다짐했어요.

이듬해 커서 반드시 비행기가 되겠다고.

 

여기는 높아요.

하늘하늘 바람 비단을 두팔에 걸치고

감싸오는 햇빛에 가득 차는 포근함.

 

가까워진 달과 별.

구름 위로 쏟아내는 그들의 감정.

적막 속의 화려함.

 

구름 사이 사이 보이는

작고 소중한 일상 속 풍경들.

무지개 빛 회상.

 

이 새장 속을 떠나는 날

나는 비행기가 되겠어요.

 

 

우리는 왜 숲이 아닌가

                                                 이성민

  

  

우리는 숲이면서 숲이 아니다.

 

아침이면 늘 맺히던 이슬조차

더 이상 맺히지 않는다.

 

슬픔에 때 문어 빤질한 강철 회전 바퀴.

거대한 빌딩 사이 드리워지는 그림자.

꽃 한 송이와 함께 피어나는 두려움 한 송이.

 

아는 당신은

잘려나간 밑둥 위로

내일의 숲을 노래하는 노랑나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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