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_ 해돋이 외 4편

by 천예화 posted Jan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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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꺼지지 않은 불씨 같은

조막만한 불꽃을 염원 가득 한 눈으로

바라본다.

 

주홍빛 너울들이 넘실거리는 한적한 바다 위

쇠를 녹일 것 같은 붉디 붉은 해를 식혀가며

시간의 무덤을 겅중겅중 뛰어넘는다

 

추억을 살라먹을 탐욕스런 해의 아가리

그 속으로 꾸역꾸역 기어들어 간다

녹여 먹을 추억을 덧입히려

 

타오르는 붉은 모닝글로리

동 터오는 길목엔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 온다

길 따라 사람 따라 어지러이 흩뿌려지는 붉은 기운을 받으며




그늘

 

입가에 피어나는 선을 본다.

그 밑엔 조그마한 산이 생긴다.

그 어설픈 그림자가 보이지 않길 바란다.

 

눈가에 늘어지는 선을 본다.

길게 길게 이어지면 좋을 법한

이 그림자는 나무에 기대 쉬는 사람과 같다.

 

작은 그늘 하나를 보아도

우리 맘을 놓이게 하고 졸이게 한다.

 

이렇게 만든 그림자는

쉬이 만들어진 그늘이 아닐게다

쉼 없이 달려온 오래 달리기

 

거친 영토 안을 누비는 야생마

생을 다 할 때까지 퍼덕이는 아가미

그렇게 세월을 녹여 얼굴에 덕지덕지 붙이고 살아간다.



부모

 

보글보글 끓여낸 된장 한 국자

정성스레 발라낸 생선 한 덩어리

포슬포슬 담아낸 쌀밥 한 공기

 

당신 양말 기워낸 자국 여러 곳인데

토끼 같은 자식들 희디흰 양말 몇 켤레

털어내어 개켜 머리맡에 올려 둔다

 

언 손발 녹이며

오늘도 하루를 누비러

밖으로 밖으로 힘차게 나아 간다

 

어느덧 희어진 머리칼

비워진 머릿속으로

차오르는 가족사진 한 장



야천

 

깨어진 돌 빛 하늘

어둑어둑 밤 동무 삼을 때

어둠을 뚫고 쪽빛으로 존재함을 알린다

 

밤 무리 갈피갈피 간 곳 알릴 때

옮겨간 자국

놓칠세라 알리고 또 알린다

 

그윽한 달과 별의 운치에

나도 한 몫 해보려

밤길 별 하늘 위로 별빛 따라 수 놓아 본다.



자세

 

위로 서면 지붕이 보이고

아래로 서면 방울꽃이 보이네

 

맞보기 위해 있는 힘껏 펼쳐야 하고

올려 보려 무릎을 살짝 굽혀야 하네

 

세포 하나까지 올곧이 추켜세워야 하고

서글서글한 눈가 주름만 잡아주면 된다네

 

내려 봄은 바닥만을 응시할 뿐

올려 봄은 하늘을 다 가진 듯하네





jujyxox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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