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길거리에 발검음을 적는다
방황했던 그 날은 가끔했던 낙서
너와 걷던 그 날은 설레이는 편지
문호들이 산책하던 시집
수많은 여행자들이 거닐었던 지도
이 거리 전체가 종이고 울려퍼지네
오늘도 발검음을 적는다
.
꼬리
너무 길어 밟은
슬픔 외로움의 꼬리
내 이름 석자로 표가 걸렸다
도마뱀처럼 자르고 도망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계속 자라기만 해 밟히기만 한다
.
탓
세상은 이렇게 넓은데
그저 수많은 별들 중 하나라
이렇게 외롭습니까
끝도 모르는 어딘가에 닿아보려고
노래를 부르고 글을 쓰는데
그저 수많은 외침 중 하나라
이리도 무심하십니까
온 힘을 다해 살아온 저 사람 숨이 넘어갈 때
사람들 울음 몇 번으로 잊히는게
저에게는 왜 이리도 가혹합니까
이런 생각조차 사치입니까
저희는 누군가 품고 자라
끝에는 누가 품어줍니까
.
일상
무기력이 길다
당연하다는 듯 찾아오는 아침이 지겹다
세상에 무심한 듯 따분함에 완벽한 구름
어느 무명의 화가에게 부탁해
나도 저 하늘 한 켠에 그려달라 부탁하고 싶은
어느 하루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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