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차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 젊음외 4편

by 돌고래 posted Jan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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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  음


커피숍으로 하나, 둘 들어오는

그대들은 웃음입니다.

그대들은 싱그러움입니다.

그대들은 햇살입니다.


흔들거리는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꽃잎들도

건물에 뽐내며 펄럭거리는 현수막도

전기줄에 걸터 앉아 있는  새의 휘청함도

그대들은 아무 상관 없습니다.


당당함과 솔직함에 그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큰소리로  외칩니다.

패기있게 살아 숨쉬는 우리는

젊음이라고.




  아메리카노


모락 모락

흰 컵위로 온기가 피어나고

고소함이 내 코를 간질간질

손에 전해지는 따뜻함에

나도 모르게 입을 댄다.


웃음이 많은 상큼한 아가씨들도

시끌벅적 떠드는 아줌마들도

바바리코트로 댄디함을 걸친 이도

하나같이 한모금 한모금

입안으로 너를 보낸다.


스무디처럼 알록달록 시원함도 없고

카페라떼처럼 부드러운 우유거품도 없지만

단지 검은빛으로 모든  이를 유혹하는  너는

하루종일 친구처럼 우리곁에서

입과 마음을  심온하게 중독시킨다.

나도 너로 인해 지복을 누린다.



  까마귀


이리 흘깃,

저리 흘깃,

이정표에 살짝 걸쳐 앉아서

지나가는 버스도 보고

날아가듯 달리는 오토바이도 보고

정답게 오고가는 자동차도 보고

마치 우리들의 이웃처럼

온 동네를 꼼꼼히 내려다 본다.


어제는 신선한 공기가 숨쉬는 아침에

오늘은 따스한 햇빛으로 일광욕 하는 오후에

내일은 노을진 저녁무렵에 볼 수 있을까!

검은빛을 뽐내며 동네 한바퀴를 돈다.

불행과 예언을 뜻한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도시에 침범하여

우리들과 같이 숨쉬는 그들은

오늘도 검은 빛으로 뿌리면서 어디론가 날아간다.



 김장


눈이 내리는 계절이 오면

이집 저집 배추와 무를 나르던

시간들이 앞다투어 움직인다.

시끌시끌 떠드는 앞집 아줌마도,

껄껄 대장부처럼 큰소리로 웃는 뒷집 아줌마도,

시레기 조각으로 소꼽놀이 하는 아이들도

간혹 빨간 무채를 감싼 배추속 집어 먹는 할머니도,

한자리에 모여 앉아 바쁘게 그날을 즐긴다.


추운 바람도,  내리는 차가운 흰꽃도

어느것 하나 그날을 말리지 못하는

이 계절이면 항상 찾아오는 손님처럼

너나없이 온동네 돌림노래를 한다.


돌림노래가 끝나면,

한자리에 모여 삶은 고구마와 함께

한바탕 이야기꽃이 핀다.



 공터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도

웃음을 먹고 사랑을 먹고

밝은 세상 밖으로 나오는데,

운동장에서 공놀이하는 아이들도

하늘에 어둠이 덮치면

집으로 집으로 향하는데,

하얗게 눈으로 덮인 추운 겨울도

따뜻한 봄햇살이 비치면

화창하고 따스한 봄으로 단장하는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도 공간으로 흩어지고

강물이 흘러 흘러 바다도 어디론가 떠나고

공간을 떠도는 바람과 먼지도 사라지는데

우리는 시간을 보내고 또 보내어

어디로 사라지는걸까!


오로지 남아있는 건.

홀로 서성이는 공터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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