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차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 소회 외 4편

by 으악 posted Jan 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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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회>

김태헌

 

내가 너를 잠에 들지 못하게 괴롭혔듯

이젠 네가 새벽에 나를 찾아 온다

 

너만 없는 거리에서

너를 애타게 찾다

식은 땀으로 눈을 뜬다

 

비 내려 웅덩이에 고인 물이

말라 없어지고 모래만 반짝이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도

너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그 순간에 서 있는 것인가

지금도 진심인 것인가

 

내가 헤매어 찾는 것은

너인지 추억인지

 

어두운 방 한 켠에 눌러 앉아

소회를 밝히다

 

 

<>

김태헌

 

밤이 지나야 아침이 오고,

밤이 있어 작은 별들도 빛이 난다

 

눈 앞의 비를 보지 말고

그 뒤의 맑음을 보아라

 

허탈과 무력감에 휩싸이며 절망할 때,

오히려 비를 더 맞으며 뛰어라

승리를 맛볼 대가를 치러라

 

울어도 좋다.

땅을 치며 세상을 원망하고 욕해도 좋다.

 

다만,

울다 지쳐 잠들지는 마라.

 

흘렸던 눈물로 반드시 무지개를 만들어 보여라.

결국은 너의 승리임을 증명해 보여라.

 

 

<나무>

김태헌

 

비가 오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너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당연한 너의 그늘

그 밑에서 새로움 없이

너의 지루한 침묵과 시간을 보내다가,

 

.

 

네가

비를 버티다 못해

내 머리 위로 떨어진

그의 굵직한 땀 한 방울.

 

,

너는 나를 위해

항상 그렇게 노력하고 있었구나.

 

 

<선풍기>

김태헌

 

같은 일을 하루 종일 하더라도

쉬지 않고 열심히 사는 내가 되기를.

 

내가 뜨거워지더라도

당신에겐 시원한 존재가 되기를.

 

계속 반복되며 돌아가는 삶 속에서도,

그 바쁜 순간 속에서도,

항상 한 번씩은 당신을 꼭 보고 돌아감을 눈치채 주기를.

 

혹여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할 때에는,

고정되어 당신만 바라보며 짐을 덜어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기꺼이 되어줄 수 있음을 알아주기를.

 

 

<이별>

김태헌

 

이별 또한 하나의 중독인가

 

사람들은

이별 없인 못 사는 것 같다.

이별을 그렇게나 죽도록 하고 싶어 한다.

 

이별을 하기 위해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고,

그 마음을 확인하며 이별이 시작된다.

 

이별을 하는 법은 다양하다.

 

상대방을 매일 생각하거나,

졸졸 쫓아다니거나,

미친 듯이 그 사람을 원하면 된다.

 

사람들은

이별까지의 여정이 너무 좋아서,

끝이 어떤지 알면서도 이별을 시작한다.

 

그래도 이별까지의 여정이란 말은 너무 길어서,

그래서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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