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공모(시 공모) - 시계태엽 외 4편

by JUN posted Feb 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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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째깍째각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듯

바쁜 시계 속 태엽들

그들은 왜 그리 열심히 도는지마저

망각해버렸다.

 

째깍

불쌍한 시계 태엽 하나의 외마디 비명

태엽들은 너무나도 바빠서 그를 도울 겨를이 없다.

그를 돕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그를 돕지 않았다.

 

태엽이 죽고,

시계가 멈추고

더 이상의 시간은 없다.


작은 태엽 하나가 없는 시계는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갈등

 

요즈음 우리는 모두 화가 나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생각이 다른 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그 누군가는 또 다른 이에게 소리를 지른다.

우리라는 이름 아래에서, 그렇게 우리는 너희들에게 소리를 지른다.


우리와 너희의 경계선 사이로 크고 작은 소리가 쌓여간다.

천천히 고요하게 소리는 아래부터 천천히 눌러 담긴다.


,


꽉 차버린 소리의 도화선에 맹목적인 광기가 불을 붙일 때,

우리가 분주하게 눌러오던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소리로,

펑 터져 나간다.


폭발에 다친 것은 우리였을까, 너희였을까.

그것보다, 폭발의 책임은 너희에게 있을까, 우리에게 있을까.

재가 되어버린 소리는 당신과 나라는 존재의 경계를 더욱 선명하게 긋는다.

우리는 모두 화가 나있다.




조각보

 

버려졌어요.

나는 남는 조각이었으니까요.

언젠가는 다 같은 조각이었는데.

 

조각나고 찢어져버린 나는,

화려한 옷이 될 수 없어요.

포근한 이불이 될 수 없어요.

 

그럼에도 조각난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그러니 나를 버리지 마세요.

부디 우리를 버리지 마세요.




손가락

 

입은 손가락이 되었다.

나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증오하기도 하고

시작하기도, 끝내기도 한다.

 

소리 없는 대화는

이제 우리의 대화가 되어버렸다.

 

엄지 손가락이 늘어갈수록,

우리의 소리는 더욱 더 조용해진다.

사람은 손가락이 되었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내 앞에서 나를 얘기하는 당신은

나도 모르는 나를 참 잘 아나보다.

 

이야기는 쉽고

이해는 어렵다.

 

가만히 앉아서 고개만 끄덕인다.

나도 당신을 잘 모르니까.



이름: 이준범

이메일: opop6lee@gmail.com

연락처: 공일공-구구팔구-구일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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