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날씨
어느 기억 속 저편,
난 당신을 만나는 사이
어떤 의미가 되고자 분주했던 나날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
가끔은 서로의 생각이 달라 말로 치고받는 순간
내 눈을 타고 흐르는 눈물
당황하는 듯 당신이
나에게 건넨 ‘미안해.’라는 한 마디
몹시 바람 부는 날
작지만 좋은 일이 생긴 나에게
당신이 마치 자기에게 생긴 일처럼 좋아하며
가져온 새하얀 안개꽃
봄날의 따스한 햇살 아래
두근거리는 마음을 멈추지 못하고
무심결에 손을 잡고선
실없이 웃으며 바라본 벚꽃
흰 눈이 내린 날
난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홀로 선 그 자리,
옹이가 있는
잎이 다 떨어진 자작나무
바람의 정원
멈칫 하던 계절이 갑자기 바뀌면
누구나 바로 그때 맞는 옷을 찾지만
때론, 있는 그대로가 편할 때가 있어
그 옷 뒤, 온 몸에
거친 세월이 남기고간 상처의 흔적
그리고
정신이 흐트러진 사이,
이미 중심을 잃은 마음뿐
긴 겨울밤, 달빛이 품은 쓸쓸함
뒤로
간간히 불어온 봄바람이 내놓는
싱그러움이
숲에 머물러
푸른 잎 사이로 마다마디 불타는 정신을 아로새겨
서서히 가슴을 펴는 소나무
-용의 그림자가 머물러
어느덧, 흰 구름의 번잡함이 들지 않는 옥빛 하늘
굵은 이슬방울이 고인 넓은 잎 사이로
살며시 고개 든
아직 피지 않는 봉우리의 연꽃들
-새색시의 미소가 머물러
어느 날 문득, 날아온 이름 모르는 씨앗
숲의 빈터에도
벌써 무성한 풀이 자라고 있다.
새 책
넋을 잃고 무언가 찾고 있는 사람
그의 첫 눈에
잡힌
뽀얀 얼굴과 특이한 이름
하얀 안개꽃 빛깔
각 잡힌 드레스의 신부처럼
옆으로 살짝 보인 속살
아직 채 마르지 않는 검붉은 피
지금 이 순간,
그 안에
꿈틀대는 영혼의 소리
누군가의 몸을 빌리려는.
뒷모습: 그 쓸쓸함에 대하여
흰 장막 넘어 살짝 가려진 하얀 옷깃
그 사이로
주섬주섬 모은 올림머리
슬픔 감정이 흐르는 어깨의 선
희고 부드럽게 감도는 우유빛 피부
세상의 미묘한 변화 속
조용하게, 세심한 눈으로 보면
수많은 감정이 피고
지는
꽃의 그림자
누군가의 참모습은
이미 돌아선
그 뒷모습,
남겨진 여운이 수놓은
감정의 실타래
나에게 무심한 듯
떠나간 당신
속마음을 감춘,
청순한 소녀의 고백처럼
고모리의 아침
시뿌연 하늘
고즈넉한 세상이
잠결에 있다.
푸른빛이 감도는 숲,
봄여름가을겨울이 따로 없는 듯
자연의 아름다운 그 순간만을 쫓아 살던 화가
한없이 고독하게
그가 성큼성큼 내딛은 발걸음
어느새,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어쩌면 그것은
끝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누구나 제대로 볼 수 없는
그래서 잘 드러나지 않는
신의 아름다움이랄까?
잠시, 물안개가 피던 조용하던 숲
시끄러운 새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 올라
하루를 흔들어 깨운다.
친숙한 것들에 관하여
존재하는 것에 대해
보여지는 것과 보는 사람이 인식의 한계 사이
머물게 된
그림자의 자취(紫翠)
내 안의 깊게 가라앉아 있는 친숙한 감정
그 넘어
처음 자극된 뾰족하고 날카로운.......
낯선 느낌
사물마다
그 나름대로 천적을 필할 방편이 만든 회갈색 외투
담긴
죽음을 인정하거나
부정하는 슬픔
사물의 모호한 경계
바라보는 불안함
이어지는
불가피한 생각들
서로가 눈에 쌍심지 키고 죽도록 싸운 후,
할 수 없다는 듯 인정하고선
무심결에 찾아든
마음의 평화
심상(心想)-깨달음
언제라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난 나를 찾는 여정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순간
내 안에 숨겨진
나와 다른 널 보았지
평상시에는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 같은 너
아주 가끔은 나와 다른 낯선 너에게
내 생각이 무어라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그렇게
점점 흐릿한 기억 속
나의 그림자가 되어
어느 날 불현듯
내 눈앞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고서
찾아온 당신
열린 마음이 닿은 당신의 눈,
어둠에 휩싸인 나의 눈과 맞춰지는 순간
내 얼굴의 양미간 사이로
강하게 밀고 들어온
거부할 수 없는 뜨거운 사랑의 빛줄기
서로 나누거나 나일뿐이라고 굳어진 생각
떨친 그 자리,
온전하게 채워진 그 마음
그렇듯
나와 하나가 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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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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