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7편

by 운좋은놈 posted Sep 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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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날씨


어느 기억 속 저편,

난 당신을 만나는 사이

어떤 의미가 되고자 분주했던 나날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

가끔은 서로의 생각이 달라 말로 치고받는 순간

내 눈을 타고 흐르는 눈물

당황하는 듯 당신이

나에게 건넨 ‘미안해.’라는 한 마디

 

몹시 바람 부는 날

작지만 좋은 일이 생긴 나에게

당신이 마치 자기에게 생긴 일처럼 좋아하며

가져온 새하얀 안개꽃

 

봄날의 따스한 햇살 아래

두근거리는 마음을 멈추지 못하고

무심결에 손을 잡고선

실없이 웃으며 바라본  벚꽃


흰 눈이 내린 날

난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홀로 선 그 자리,

옹이가 있는

잎이 다 떨어진 자작나무

 

 

바람의 정원


멈칫 하던 계절이 갑자기 바뀌면

누구나 바로 그때 맞는 옷을 찾지만

때론, 있는 그대로가 편할 때가 있어

 

그 옷 뒤, 온 몸에

거친 세월이 남기고간 상처의 흔적

그리고

정신이 흐트러진 사이,

이미 중심을 잃은 마음뿐

 

 

긴 겨울밤, 달빛이 품은 쓸쓸함

뒤로

간간히 불어온 봄바람이 내놓는

싱그러움이

숲에 머물러

 

푸른 잎 사이로 마다마디 불타는 정신을 아로새겨

서서히 가슴을 펴는 소나무

-용의 그림자가 머물러

 

어느덧, 흰 구름의 번잡함이 들지 않는 옥빛 하늘

 

굵은 이슬방울이 고인 넓은 잎 사이로

살며시 고개 든

아직 피지 않는 봉우리의 연꽃들

-새색시의 미소가 머물러

 

어느 날 문득, 날아온 이름 모르는 씨앗

숲의 빈터에도

벌써 무성한 풀이 자라고 있다.



새 책

 

넋을 잃고 무언가 찾고 있는 사람

그의 첫 눈에

잡힌

뽀얀 얼굴과 특이한 이름

 

하얀 안개꽃 빛깔

각 잡힌 드레스의 신부처럼

 

옆으로 살짝 보인 속살

아직 채 마르지 않는 검붉은 피

    

지금 이 순간,

그 안에

꿈틀대는 영혼의 소리

 

누군가의 몸을 빌리려는.

 

 

 

 

뒷모습: 그 쓸쓸함에 대하여


흰 장막 넘어 살짝 가려진 하얀 옷깃

그 사이로

주섬주섬 모은 올림머리

슬픔 감정이 흐르는 어깨의 선

희고 부드럽게 감도는 우유빛 피부

 

세상의 미묘한 변화 속

조용하게, 세심한 눈으로 보면

수많은 감정이 피고

지는

꽃의 그림자

 

누군가의 참모습은

이미 돌아선

그 뒷모습,

남겨진 여운이 수놓은

감정의 실타래

 

나에게 무심한 듯

떠나간 당신

속마음을 감춘,

청순한 소녀의 고백처럼

 


고모리의 아침


시뿌연 하늘

고즈넉한 세상이

잠결에 있다.

 

푸른빛이 감도는 숲,

봄여름가을겨울이 따로 없는 듯

자연의 아름다운 그 순간만을 쫓아 살던 화가

한없이 고독하게

그가 성큼성큼 내딛은 발걸음

어느새,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어쩌면 그것은

끝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누구나 제대로 볼 수 없는

그래서 잘 드러나지 않는

신의 아름다움이랄까?

 

잠시, 물안개가 피던 조용하던 숲

시끄러운 새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 올라

하루를 흔들어 깨운다.

 

 

 

친숙한 것들에 관하여


존재하는 것에 대해

보여지는 것과 보는 사람이 인식의 한계 사이

머물게 된

그림자의 자취(紫翠)

 

내 안의 깊게 가라앉아 있는 친숙한 감정

그 넘어

처음 자극된 뾰족하고 날카로운.......  

낯선 느낌

 

사물마다

그 나름대로 천적을 필할 방편이 만든 회갈색 외투

담긴

죽음을 인정하거나

부정하는 슬픔

 

사물의 모호한 경계

바라보는 불안함

 

이어지는

불가피한 생각들

 

서로가 눈에 쌍심지 키고 죽도록 싸운 후,

할 수 없다는 듯 인정하고선

무심결에 찾아든

마음의 평화

  

 

 

심상(心想)-깨달음 

 

 

언제라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난 나를 찾는 여정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순간

내 안에 숨겨진

나와 다른 널 보았지

 

평상시에는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 같은 너

아주 가끔은 나와 다른 낯선 너에게  

내 생각이 무어라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그렇게

점점 흐릿한 기억 속

나의 그림자가 되어

 

어느 날 불현듯

내 눈앞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고서

찾아온 당신

 

열린 마음이 닿은 당신의 눈,

어둠에 휩싸인 나의 눈과 맞춰지는 순간

내 얼굴의 양미간 사이로

강하게 밀고 들어온

거부할 수 없는 뜨거운 사랑의 빛줄기 

 

서로 나누거나 나일뿐이라고 굳어진 생각

떨친 그 자리,

온전하게 채워진 그 마음

그렇듯

나와 하나가 된 너

 

 

 

my-oneone@hanmail.net

김 월수    

010-9143-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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