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제33차 창작 콘테스트 (해질 녘 외4편)

by 꿈심이 posted Feb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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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녘

 

빛 잃은 하늘 아래 산 빛마저 감잎으로 물들어 갈 때

내 마음은

찬 기운에 버티는 나뭇잎 보다도

더 애처롭게 흔들리고 버티고

 

주말 농장 작은 땅 배추 사이로

물 뿌리는 아저씨의 정성스런 손길에선

삶의 여유가 줄줄 흘러나와

비었던 배추 속을 꽉 차게 영글이고

밭가에 과꽃은 핀지 오래 마르는데

 

소리 없이 기우는 해처럼

소리 없이 고여 드는  그리움에

허술한 농가마저 산그늘에 잠기겠네

 

좁다란 길 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는

이별 앞 둔 내 눈처럼 바람 속에 하롱대는데

국화꽃은 등불처럼 피어날 듯 설레이고

낮에 쓰던 물조리는 나란히나란히 다정키도 하여라.

 

아아, 산다는 게 하루 해 같은 걸

무엇이 아쉽고

무엇이 그립다고

해지는 산자락에 걸릴 게 그 무어라고

평화로운 풍경 속에 내 마음은 매이는가!

이토록 매이는가!

 

 

 

들국화 

 

사는 동안 

한 순간이라도 

활짝 피어본 적 있었다면

 

사는 동안

한 순간이라도

눈부시게  찬란한 적 있었다면

 

사는 동안

한 순간이라도

아낌없이 웃어준 적 있었다면

 

사는 동안

 순간이라도

갈라진 꽃잎처럼 애달픈 적 있었다면

 

사는 동안

한 순간이라도

연보라색 그리움이 영혼 깊이 스몄다면

 

나 헛되이 산 것은 아니리

꽃이 지면 열매 맺듯

지난 사랑은 그리움을 열매 맺고 

그리움은 씨앗 되어 다음 생에 뿌려지리니.

 

지금 사는 

이 생이 헛된 것은 아니리.

영원한 만남 위한 잠깐의 이별일 뿐

나 헛되이 사랑한 거 아니리.

 

    

 

삼키는 말

 

보고 싶다 말하면

더 보고플까봐

 

그리웁다 말하면

더 그리울까봐

 

꿀꺽물 한 모금 삼키듯 

그 말들을 삼켜 보았다.

 

삼켜도 삼켜도 고이는 침처럼

메아리로 되돌아 오는 내 영혼이 하는 말.

 

보고 싶다. 마냥 보고 싶다.

그리웁다. 마냥 그리웁다.

 

꼭 다문 입술 사이로 마음 흘러 나온다.

흘러 나온 마음을 눈물이 훔친다.

 

 

                            

그리움

 

아직도 때때로 그대 그리워

내 발끝

내 손끝

 눈길 머무는 곳마다

그대와 맞닿아 있네.

 

잊었노라, 이제 잊었노라

안심하며  눈길 멀리 보냈는데

제 자리 돌아오는 짧은 눈길 안에

끈끈히 엉켜 붙는 고된 그리움

 

그리움이 없는 삶에 무슨 생기 있냐고

세월에 부서지는 산기슭 고목처럼

한 때 푸르게 살았노라 추억한들

무슨 소용 있냐고.

 

사랑은 

그리움의 긴 그림자 속에 

고이 묻히고

영혼을 사르는 그리움의 끝

 

깃발처럼 나부끼는 바람 속에서도

내가 부를 한 사람

그대여~

나는 외로운 게 아니라 

그저 당신이 그리운 겁니다.

 

 

빠지다

 

사랑에 빠지다.

그 말을 가만히 생각해 봐요.

왜 빠지다 라고 표현했을까?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빠지다는 이럴 때 쓰는 말인데

 

.

.

.

 

한 발 한 발 내딛을수록 더 깊은 늪에 빠지듯

헤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은 함정에 빠지듯

거부하면 할수록 깊어지던 사랑.

 

그렇군요!

의지와는 상관없이 빠져 버리고

의지와는 반대로 더 깊이 들어 가는 것.

 

난 사랑에 빠져 버렸어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히려 반대로

그러니 날보고 뭐라 하지 말아요.

난들 어쩌겠어요!

 

 

성명: 김 선희

이메일: 72kimse@naver.com

연락처: 010-7770-8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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