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따뜻한 겨울
첫눈이 소리 없이 소복소복 차츰차츰 쌓인다
날이 차진다
살갗이 시리다
두꺼운 털옷도 덜덜 떤다
이 겨울은 참 춥다
벌판 덮은 흰눈
속 환히 보이는 한 뼘 어름
손가락 끊어내는 찬 시냇물
이내 몸 마음 속속들이 꽁꽁
기약 없이 속절없이 종일토록 내리는 눈
우리 집 강아지 백설이 아래 윗 턱 활짝 열고
맛있게 받아 삼켜 흰 눈 좋아라
날뛰며 동무들 불러낸다
강아지 같아지려면
눈 내리는 위도 보지만
옆 동네 동무도 찾고 눈 덮인 아래도 살펴야
내 생각 꿈 부풀 때 희망 지어
기대와 설렘에 불 지피면
내 마음 따뜻해져 언 눈길 녹여
이웃 찾는 발길에 내 손길 더 뜨거워진다
이제야 저기 따뜻한 겨울이 오고 있네
02. 동지팥죽
오늘 12월 22일 일요일 동지 날
팥죽 먹는 동지시간은 13시 19분
북반구에서 태양의 황경黃經이
최저(23° 27´)로 되는 점에서
남중고도가 가장 낮아
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
입춘부터 스물네 번째 절기 중
스물두 번째
사대명일四大名日의 끝 명절
팥목욕탕안에서
발가벗고 춤추는 흰 찹쌀 옹심이
먹는 호랑이가 장가 가는 날
사람들은 잡신 물리는
팥죽 팥칼국수 팥시루떡으로
잔치하는 작은 설
그동안 진 빚 모두 다 갚고
새해 맞아
새 마음 고쳐 세우는
새 생명력과 새 광명의 부활절
03. 겨울에 내리는 비
단풍 안고 갈 겨울비 돼지해 저물녘 찾아온다
새벽 눈 내리다 멈칫 첫눈 비 업고 또 온다
가을 보내려 오는 겨울
꽁꽁 언 하늘도 새봄 사월 기다려
새 삯들 재촉하는 물눈(冬雨)내리나봐
아스팔트 차도와(車道) 골목길에도 들 강 바다 지붕에도 사람들 머리에도
미세먼지 잔뜩 묻은 비 씻으려 샤워(Shower)에 몸 적시니 마음까지 씻겨
온탕엔 조름이 감싸지만 새봄의 화창을(和暢)그리며 한해를 챙긴다
성탄절 가까워 흰눈 펑펑 내려야
캐럴도 carol 읊고
'백설공주'와 '백마탄왕자'도 순백과 순수로 반가이 맞지
홍길동 홍경래 홍총각 우군칙禹君則 장길산張吉山
세종대왕 정조대왕이 흰눈 사슴 썰매 타고 와
오는 사월四月 재벌총수들과 함께 활빈당活貧黨으로
입후보하면 혹시 기대할 만한 것이라도...
살쾡이 눈매 짓지 말고 거짓말도 말고
험담도 말고 악담도 말고 저주도 말고
그리도 못하면 앙칼과 앙탈만이라도 제발 멈춰
우선 아침저녁 신문방송에서라도
반세기 넘도록 날마다 그런 것만
점입가경漸入佳境 일취월장日就月將
보고 있는 눈이 짓무르고
듣고 있는 고막이 찢겨져
온 몸의 겉과 속이 타고 타고 또 타들어
이젠 재灰 쌓을 곳도 없어졌다
주권이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면서
실제는 그리 않고 엉뚱한 말장난만으로 일삼느냐
주인위해 하는 일은 눈꼽 만치도 없으니
이러고도 그 종들이 갈 곳이 어디 있든가
그러고도 선거운동장은 남아있다고
찍어주겠다는 사람은 있고?
원...쯧쯧쯧
사월四月지나 오월五月오면 확 달라져야 해
꼭!
그리 혀!
04. 오뎅과 쌀가마니
난생 처음 밖에서 오뎅을 사먹어 본 다섯 살
6대째 한의사이신 아빠는 환자들에 항상 둘러싸여
온 가족이 한 밥상 둘러 앉기는 명절 뿐
심부름 많이 하고 온 내 손 잡고 나가
동네 한참 돌아 일본사람 하는 왜식집엘 들어가
나를 제일 높은 의자에 앉힌다
의자가 높지만 너무 어려
내 턱이 간신히 오뎅 탁자에 걸쳐지자
아빠는 내 팔뚝보다 긴 대나무 꼬챙이에
꿰어진 울긋불긋한 여러 모양의 오뎅을
내 앞에 모아놓고는 입에 하나씩 밀어 넣어주신다
연두부 같이 연하고 맛은 오븐에서
갓 나온 가스테라인 양 입안에서 저절로 사르르 녹아든다
2학년 운동회 때 100미터 달리기 50미터 반환점에서
엄마또래 일본여선생이 흑판에 암산문제를 써놓기에
답을 계산하면서 출발점으로 되 달려왔다
늦게 들어왔어도 답이 맞아 내가 일등이라고
몇 권 묶은 공책표지에
큰 한자漢字로 “상”賞 도장을 쳐줘 집으로 들고왔다
약주 안 하시는 아빠가 축하주 마시며
나를 안고 전승가戰勝歌를 신나게 한참 부르신다
중학교 졸업식장에서 끝나고 교장선생님이 방으로 데려가더니
풀어 놓는 3년 전 쌀가마니 이야기
입학시험 칠 때 내 합격을 부탁하면서
아빠가 큰 쌀가마니를 보냈기에
얼마나 공부를 못하면 이런 과분한 선물을 보내는 것일까
단정하고 아예 합격되지도 않을 거라며 쌀을 돌려 보냈단다
오늘 이제 무사히 졸업까지 잘 하였으니
진정 사과하는 마음을 전해주고 교장선생님의 친구인
아빠마음을 잘 달래드리라고 부탁하신단다
불현듯 회상의 나래는 끝도 없이
밑도 없이 자꾸 자꾸 펼쳐져 이어진다
음식봉양 의복봉양으론 부모은공 못 채운다
마음봉양 다 해봐야
그토록 안고 업고 키워주신 그 큰 마음
겨우 깔아 안쳐 드릴 수 있을라나 어쩔라나
05. 겨울바다 땅을 넓힌다
함께 걷던 한겨울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乙旺里)
저 멀리 가마득 지평선 아래 위 하얀 색
그 위 맑은 파란 바다 반갑게 반긴다
머리 위 하늘 웃음으로 더 밝다
멀리 있던 바다는 뿌옇다간 검푸러져
우리 쪽으론 더 파래진다
하늘도 반가움을 희망과 행복의 색으로 입는다
반세기 전
수륙양용차 50대 탱크 50대씩 실어 담던 그 큰 철갑함(鐵甲艦=3천톤 LST)
그 갑판엔 무거운 눈(雪) 힘겹게 덮여
한 달 겨울 손 에인 양
아래위 천지(天地) 다 검었다
이젠 바다도 하늘도 사람도
평화와 행복을
사랑으로 읊는다
ㅡ 끝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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