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 숲 외 4편

by 여름 posted Mar 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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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희에게

땅이요,

하늘이요,

쉼터요.


꽃과 나무와 산짐승을

모두 품은

너희의 세상이요,

너희는 나의 세상이어라.


나는 어머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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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언 수건으로

발가벗은 나를 닦았다.


퍼얼펄

죽을듯이 차다.

펄펄

정신을 잃을 듯이 차다.

퍼얼

너무나 차다.

차다.


어머니의 손은

나보다 발가벗었으며

언 수건보다

차가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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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잍


드르륵

문이 열린다.

또 하나 떠난다.


형형색색의 네모들이

모여있다 떠난다.


나는

언제 떠날

어떤 색의 네모인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쉽게

쓰여지며

작은 끈끈이로

서로 꼭 붙어 모여있다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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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한 그루 쓸쓸한

나무 아래로

마음의 모양새를 한

불그스레

수줍은 열매 하나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조심스레 건내어진 열매를

받아줄 손 있을까

열매의 모양새를 한

불그스레

수줍은 마음 한 구석

쿵쿵

소리를 내며 뛰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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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본다.


여느 때처럼

밤이 오면

여느 때처럼

달을 본다.


하루는

달 안에

네가 있는 것 같아

시간 흐르는 줄도 모르고

보고 있자면


네가 살며시

곁으로 와

함께 달을 본다.


하루는

네 눈에

달이 있는 것 같아

빠져드는 줄도 모르고

너를 바라본다.


너를 본다.


밤하늘보다 짙은 눈동자에

어린 아이의 함박웃음 같은 달이

그 곳이 제 하늘인 양

밝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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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김성희

이메일 : kelisha29@naver.com

HP : 010-23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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