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조개>외

by 김솜 posted Mar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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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그때 들렸던 소리가 여전히
노오란 빛들이 트럼펫 관악기
여과되는 달빛처럼
내 귀에 들려고 있었습니다.

잘못 들은 걸까 귀를 닫아 보았지만
여전히 달빛은 귀를 뚫어질 듯 비추고 있었습니다. 

소리도 색깔도 없이 살아갔었던
분명 그러한 번거로운 날들처럼
흰색 검은색의 무게가 
그날어디선가 입은 체크무늬 셔츠를 닮았습니다. 


오랜만에 당신과 닮은 여자가
당신의 소리를 내고 있었고 


마치 바다에서 열대어가 헤엄치듯이
자유롭게 빛과 바다 사이를 떠돌면서
회색빛 움츠린 세상마저도 심해 속 산호마저도 
전율하듯 깊은 파란 바다와 현실을 이어 줍니다 
속절없는 거품같이 피아노 소리를 내었죠
기억은 그런 것입니다 

당신도 사랑했던 무언가가 있겠죠
나도 어쩌면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싸늘하게 말라비틀어 햇빛을 보고
죽은 어느 날처럼 위안해봅니다.

꿈을 꾼다는 것은 쓰리고 
달콤하기엔이룬다는 것 
그 애씀은 그 이상이지만 이토록 아플지도

이별이 반어법으로 자주 쓰인다지만
만남이라는 것의 시작도
잃어버리고 닳고 달아버린 잠을 채울 순 없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도 그럴까요.
닮았으니까 우리는 서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눈꺼풀을 이른 아침 뜨지 못해서
당신이 사라져가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내가 심해 속에 가라앉더라도
그리고 그때에도 당신의 노래가 끝나지 않기를 나는 바랍니다

오랜 후에 피날레가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

잊어버린 이야기


벌써 15년째다
오래전에 잊어버린 기억과
고이 두 손으로 삐뚤빼뚤
적어내버린 기억

전화선 없는
이어질리 없는 얼굴들이
해말갛게 떠오른다
색색의 수첩이었는데

금세 까맣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나 보다

삐뚤빼뚤 적은 숫자와
같은 앞자리  번호 이외엔
그것 말고도 어지럽게 흩어져잇을지
모를 숫자들의 자국들이
기억 속에 살작 스크래치한다

까만색으로 덮인 셀로판지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록은 마치 레코딩된다

기억하는 걸까
혹은 그저 기록인 걸까
둘은 많이 닮아 있어 다르지 않기를
혹은 내가 변하게 된 걸까

연락 오지 않는
소중했던 명부를 껴안고
잠시 기억이 잠들기를 기다린다
숨을 쉬면 잠시 그 틈새사이로
내뱉는 몽롱함
그새 떠오를 것 같으니까
15살이라는 나이사이로 스치는
혹은 반항하던 기억의 몸부림

나는 어째서 반응한 걸까
아직 아이도 아닌 걸까
시간이 되지 못한 잊어갈 무렵
내가 버린 활자들이 기어가 엉금엉금
-
빨강

익숙한 장면이다
처음 산 그녀의 하이힐과
빨간 사과를 베어문 백설공주같이
하얀 이에 투명한 다홍빛

그래서 문득 슬퍼지다가
과일 속에 얼마나 많은 즙이 있는데
그새 파먹힌 벌레는 의문을 갖는다

감각을 자극하며 생생히
도시는 여름의 관능처럼
빨간 햇빛에 타서 맨몸을 보인다
나무들은 열매를 만든다
외피도 열매였으리라
그녀도
시간이 지날수록 익어만 갔다

아마 기억될 것이다
너무나도 생생하게 입술도
빨강처럼 
뇌리에서 하얗고 짙게


명송민
01041678644
gz22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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