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얼음장 같아져 가는
너의 차가운 몸을 어루만지며
말라 비틀어져서
더 이상 흐르지 않는 눈물을 훔치고
너의 얼굴을 비추는
숨 막히게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본다.
희망의 끝이다.
진 꽃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져버린 꽃은
오직 한 송이 뿐이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버린
나는
끝끝내 후회를 맞이했다.
병이 옮 듯
꽃 또한 뒤따라 고개를 숙인다.
색을 잃어가는
아름다웠던 꽃밭
나는 이를 조용히 가슴에 묻는다.
순간
저 멀리 보이는 그대 모습에
내 어찌 아니 웃을 수 있을까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오늘은 어떤 표정으로 바라볼까
세상은 멈추고
오직 그대만이 내 머릿속에 들어선다.
내 사랑은
그대만을 향하며
그리 살아간다.
겨울
창밖에 나리는 눈꽃은
손에 닿으면 사라져 버릴 듯
가벼이 흩날리고
뼛속까지 달리는 추위는
마음까지 얼릴 듯
무겁게 나를 짓누른다.
아프도록 시린
아득한 겨울은
어둠 속에서도 그 자태를 자아낸다.
밤
언젠가 한 번 눈에 담아봤던
자색 수국의 호수
그 호수에 빠져
허리까지 오는 수국을 어루만지며 서있는
영롱한 너
눈부신 그 광경을
과연 내가 잊을 수 있을까
잊지 못했기에
나는 지금 눈앞의 풍경에서 그 광경을 떠올린다.
겨울이 된 지금
수국의 호수는 모습을 감추고
눈앞에는 그 호수와 닮은 밤바다가 비치고 있다.
잔잔히 일고 있는 밤바다는
자색의 물감을 섞은 듯
붉은 빛을 띠며 흐른다.
추운 겨울에 걸맞게
까만 하늘에서는 흰 설탕가루가 내리고
바다와 맞닿는 순간
솜사탕처럼 녹아내린다.
너 없이 바라보는 밤바다는
터무니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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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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