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세상을, 사람을 사랑하는" 10편>

by 호야 posted Mar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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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촛농같이

 

우리 사랑의 불꽃이 꺼져도

떨어지지 않는 존재가 되기로

 

심지가 타들어가는 동안

녹아 흘러내린 촛농이

 

서로에게 붙어 떨어지지 않는

그런 존재가 되기로 해요

 

불꽃같은 사랑만이 다가 아닌

그로 인해 서로에게 더 붙어버릴

 

그런 사랑을 하기로 해요


 

몸만 큰 소년

 

당신을 만났습니다

기다리고 바라왔던

 

저 혼자 상상하며

저 혼자 그려보던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부끄러움을 숨기지 못한 채

몸만 큰 소년이 되어

당신을 만났습니다

 

언제나 그곳에 있어주신

당신이 정말 고맙습니다


 

가슴이 하는 말

 

순간이지만 터질 듯한 가슴이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그저

저도 모르게 반응을 합니다

 

어쩔 줄 몰라 그저 놔두었더니

조심스레 다가와 살짝 말하네요

 

제가 지금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 시간 그 자리에서

 

누군가에겐 길거나 짧은

그런 밤에 조용히 숨죽여

밤소리에 귀 기울이며

 

누군가에겐 좁거나 넓은

그런 공간에 가만히 동화되어

시간이 멈춘 듯 스며들어

 

그 시간 그 자리에서

제 마음속에 당신만을

넘칠 듯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새벽에

 

이른 새벽인지

늦은 새벽인지

 

나도 모르게 떠진 눈에

내 발길은 창으로 향했다

 

차갑게 내려앉은 새벽 모습이

눈으로 코로 귀로 입으로

그렇게 온몸으로 들어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다

 

잘 살아왔다고

잘 살아 있다고


 

필요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표가 필요해

 

호흡을 고를 수 있는

숨표도 있어야 하고

 

그렇게 앞만 보고 나아가다

잠시 멈춰서 뒤돌아도 보고

다시 재정비해 나아갈 수 있는

 

마침표도 필요해


 

스쳐가는 인연이라고

 

오랜만에 길을 나섰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가다 멈춰 선 그곳엔

세월에 바래져 낡은

스쳐간 인연에 닳은

오래된 나무 벤치가

햇볕을 쬐고 있었다

 

너도 스쳐 지나가라며

 

오랜만에 나선 발길을

그렇게 멈추게 하였다

 


꽃이 되려

 

너와 대화하는 시간

너와 함께 있는 시간

너와 같이 하는 시간은

너무나 빠르기만 한데

 

너를 기다리는 시간은

일분이 일 년 같구나

 

마치 봄의 꽃들 마냥

나는 너를 위해 피우련다


 

나를 맡기려

 

너의 작은 어깨에 기대어

같은 시선의 높이에서

 

너의 작은 품에 안기어

하루를 내려놓고

 

너의 작은 손에 맡기어

손길 따라 나를 느낀다

 

가끔은

 

작기도 크기도 한 너에게

나를 맡기고 싶다

 


그 길

 

기억을 더듬어 본다

언제인지 모를 기억을

 

지나갔던 그 길

머물렀던 그 길

 

그 길에 있을 땐 몰랐을

우연히 들린 그곳에서

 

기억을 더듬어 본다

나만 변한 그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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