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노을 2외 7편>

by 그림자세탁연구소 posted Mar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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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2

                           

 

표 나도록 눈부신

···

충분히 가지고도 남을

자격이 있지

 

꽃들은







기타줄 위에 콩나물 대가리 걸리다


                                                                                   

 

그 순간, 내가 준비한 건 팬치 였어.

그래 난 기타의 맨 윗줄을 끊었지.-높은 음은 감당이 안 돼-

그 순간 엄마가 시장에서 사 오신 콩나물 봉지가 내 눈에 띄었고

난 아마도 덤으로 얻었을 한주먹만큼의 콩나물을 기타에 던졌지.

내 음악은 이렇게 작곡이 되었어.

사람들 비웃는 이 음정은

바보같이 바보같이 바보같이 난 운명에 내 음악들을 맡긴 거야.

 

라라랄 랄라 라라랄 랄라~~
라라랄 랄라 라라랄 랄라 랄라~~

 

거친 내 음악
난 그걸 꿈꿨어.
꼭 오선지가 아니라도 좋아
난 이렇게 사니까.

 

대롱대롱 기타 줄에 매달린 콩나물
그렇게 목을 맨 안타까운 음악
하지만 난 살아야 겠어.
바보 같은 장난으로 이렇게

라라랄 랄라 라라라라 라라랄 랄라~~
라라라라라 랄라라 랄라 라라라 라라~~
(예 이건 엉터리예요. 예 이건 말이 안 되네요. 하지만 난 그걸 즐겨)

 

사람들 한숨 쉬는 멜로디
기타 줄이 오선지가 되고
쉼표도, 이음줄도 없는 내 음악은 폭발할 거야.
곧 내 목소린 터질 거야.
!~

 

, 나의 음악은 아직 목매단 게 아니야.






언덕

                                           

 

며리 없이 당신아픔이

내 안을 출발하는 것처럼

 

수억, 수천년 전의 별빛이

당신 지금 눈물을

짝짝이로 떨어뜨리는 것처럼

 

부는 바람

내리는 햇빛이 죄다

당신 마음인 것처럼

 

세상에 이따금씩

센 비가 내리는 것처럼

 

꽃이 시드는 이유가

계절을 떠나간 것처럼

 

안녕이라는 말, 그 말이

윤회의 먼지인 것처럼







무궁화

  

                                                       

꽃들이 몽땅 버려졌던 날들이

우덜 젊은 날들엔 있었어라

꿈은 크고, 높다가도 또한

작고 얕았는데

다시 피어나는 날들까진 정말이지

끝간데없는 숨이 찼어라

 

나를 끊어 놓을 것 같은

폭우를 견딘 후에도

한 무더기 꽃들은 코피처럼 쏟아 졌어라

나를 넘어 불어오는 바람같이 벅찬 시간

짓이겨진 우리는 한 아름도 더 서러웠어라

 

꽃들이 다시 버려졌던 날들이

모두의 젊은 날들엔 반복 됐어라

꿈은 멀리 가다가도 때로

가까이 오기도 했는데

다시 꽃피어 나야 할 시간이

통째로 사라져 버리기도 하였어라

 

없는 꽃들을 다시 버려야 할 날들도

우리의 젊은 날들엔 분명 있었어라

빈 허공이 어지러웠으나 또 그 만큼

그 허공은 향기로 찼어라

없어서 더 가까운 그 향기가

우리를 또 걷게 했어라

우리를 또 뛰게 했어라

 

향기가 다시 꽃 피울 그 곳으로

끊임없이 끊임없이 가게 했어라.

 

 



파도

 

                                     

투명인간들도 눈물

눈물만은

그냥 흘리고 산다.

 

바람, 아니

사람 많은 바닷가에 서서

자꾸만 투투명해지는 목소리로 윽박지르듯

.

.

 

울지 마라 투명인간

울지 마라 투명인간

울지 마라 투명인간






던지다

 

                                                         

 

 

분명 공은 타자 배트에 맞지 않고, 포수 글러브로 하고 들어갔는데
분명 심판은 스트라익 아웃!”이라고 타자를 향해 외쳤는데, 나는 들었는데

헛스윙을 하고선 타자가 베이스를 돌고 있다.
1루를 지나쳐 2루를 향해 가는데도 아무런 제지가 없고,
2루를 지나쳐 3루를 향해 가는데도 아무런 제지가 없고,
3루를 막 돌아 홈으로 들어오려 하는데도
아무런 제지가 없다.
 
나는 잠시 타임을 선언하고 벤치로 들어가 껌 한 개를 씹고 다시 돌아와도
나는 단물이 다 빠지도록 껌을 씹고는, 아무 맛나지 않는 경기를 그 껌과 바꿔 씹어도
제지가 없다. 여전히 아무런 제지가 없다.
 
분명 공은 타자 배트에 맞지 않고, 포수 글러브로 하고 들어갔는데
분명 심판은 스트라익 아웃!”이라고 크게 크게 외쳤는데, 내가 들었는데
포수가 방금 든 공을 글러브 속에서 꺼내 보이는데, 격하게 내던지는데
심판이 아웃!”이라고 수십 번을 되 외치다가 마침내 목소리가 쉬어 소리치는데
 
결국 그가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리 편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간질

 

                                                                                   

 

그녀는 누구를 만나 건 처음에 반말부터 하는 습관이 있다.
머릿속에서 사람들이 가까워지지 않는듯한 느낌 때문이란다.
그녀는 또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버럭화를 내고는 한다.
그녀의 영혼이 그들에게 깜작하고 다가가는 방식이다.
 
그녀의 그런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충고해 준 시간이 내게 있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의 반말은 사회 통념상 거슬린다.
시도 때도, 상대도 없는 화는 무례해 보일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 가까운 사람들을 제외하곤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을 꺼릴 것이다.
그녀의 인간관계가 단절 될 것이다.
 
어느 날 아침 그녀가 느닷없는 발작을 보였다.
살면서 부딪히는 많은 이들에게 자기를 끊임없이 대변하느라
입가에 하얗게 거품을 물었다.
 
기어이 그녀가 쓰러졌다. 잠이 들었다.







나무이파리





돌멩이도, 물속에 들어갈 때는
나무의 나이로 나이를 바꾼다.


나무가 없는 곳에
나무 찾으러
나무의 나이를 짊어지고
한세월 들어간다.


사람들도 수영하기전에는
나무의 나이로 나이를 바꾼다.


나무가 없는 곳에
니무 되려고
나무의 나이 딱맞게 입고
이곳 저곳으로 가지를 뻗는다.


찰나 백년
순간 천년이 우습게 지나간다.

그러고보니 모든 물은
세월에 녹아 버린 나무 이파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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