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한국인 제34차 창작콘테스트 <시 내일 외 4편>

by 박서인 posted Apr 04,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일>

박서인

 

하늘에 한가득

모아두었던 별들이

하나씩 빛을 잃어가서

바래졌어

 

지난날을

설렘으로 채워나갔던

작은 별들이

이제는

묵직한 미래의 짐이 돼

 

생각을 하면 할수록

깜깜해지는 내일

 

어둠 속

적막 속

하늘아래 강가에서

물빛에 비치는

작고 작은 또랑한 별빛 하나

 

마지막으로

손 뻗어 잡아보자

 

마지막으로

한 발 내딛어보자



 

                                        <사과>

박서인

 

큰 나무 한 그루 아래 서서

사과 하나 잡아 보자

 

멀직해 닿을 듯 닿이지 않는 너

 

방방 뛰면 잡힐까 싶지만

나뭇가지 이용해 건들이면 잡힐까 싶지만

 

빨갛고 빨간 너는 나의 손을 잡지 않는구나

 

그래

 

주변 큰 돌 발판 삼아

내 손으로 잡아볼게

 

직접

 

내 손으로 잡아볼래



 

                                        <봄 봄>

박서인

 

날카로운 얼음숲 지나

야옹이 배 내놓는

부드러운 봄 찾아왔구나

 

불러도 오지 않았던 너는

어느새 내 몸을 온기로 감싸고 있구나

 

새싹 돋는 작은 생명에도

큰 광명을 주는 너였지

 

일단 한번

 

벤치에 앉아 햇살

맞이해 볼까 해

 

일단 두 번

 

벤치에 앉아

살아볼까 해



 

                                  <코흘리개 아이>

박서인

 

자다가도 엄마 찾던

코흘리개 아이

 

커다란

벽 앞에 앉아 오늘도 울부짖네

 

엄마는 어디에 계시는지

대답조차 없으시고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쏴아 쏴아 하염없이 거센 비만 내리네

 

어느 덧70

그때의 아픔이 행복이 되고

그때의 빗소리가 기쁨이 환호성이 되길

두 손 모아

간절히 비네



<마음의 벽을 넘어서>

박서인

 

푸른 들녘을 노닐던

평화로운 어미소와 송아지

 

철벽같이 두꺼운 벽이

어미소와 송아지를 갈라놓네

 

그저 상황이 변해서

그저 사고가 생겨서

 

높다란 벽 앞에서

망설이는 어미소와 송아지

 

꿈 속의 들녘에서는

아픔 없이 신이 나네

 

그저 생각이 많아서

그저 용기가 없어서

 

깨어나면 또 다시

반복되는 새끼 없는 하루

 

희망 없는 날들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여긴 마음 찢어지는 어미소

여긴 엉엉 울부짖는 송아지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부드러운 울음소리가 되고

 

아픈 상처가

깨끗이 아물면

 

하늘 높던 서늘한 마음이

노을처럼 따스히 물드네

 

여긴 돌아오는 어미소

저긴 맞이하는 송아지


희망의 등을 밝히고

내 새끼와 함께 하고 싶네

 


Articles

83 84 85 86 87 88 89 90 91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