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한국인 제34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작입니다.

by 시심이 posted Apr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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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

 

서 현석

 

더덕은 두더지 같다.

아니 물개 같다.

 

심산유곡에 조용히 있어도

온 계곡을 가득 채우는 향()

동물인 내가

식물인 네게 송구스럽다.

 

 

 

 

 

 

 

 

 

 

 

 

 

 

세월

 

서 현석

 

치마 속에 부채질하도록 덥던 여름밤.
구두 잃어버리는 꿈에
뒤꼭지 서늘해서 눈뜨면

뜨거운 햇살 아래 수척하신 반신을 끌며
마실 가시던 어머니.
되는 게 없어 평생을 죽어라 마시던 아들.

하루하루가 보태져서
지나고만 있었습니다.

 

 

 

 

 

 

 

 

 

 

 

 

장자(莊子)의 변()

 

서 현석

 

눈 깜짝할 사이 움직인 나무 그늘.

 

과연 바로 이 순간 전

나와 그늘은 세상에

존재했던 것일까?

 

 

 

 

 

 

 

 

 

 

 

 

 

 

 

 

 

 

제망매가 2008

 

서 현석

 

이제는 탑() 쌓지 않으리라.

찬란한 봄에도 꽃씨 뿌리지 않으리라.

간절한 기도(祈禱)도 애절한 고백(告白)

 

장대비 쏟아지던 자리에 서서

미소 짓지 않으리라

허무만을 표()하는 세월.

더는 정녕 백지에 아무 선()도 긋지 않으리라.

 

 

 

 

 

 

 

 

 

 

 

 

 

 

 

늙어가는 아내에게

 

서 현석

 

이 세상 모든 꽃들은 저마다 아름답습니다.

수많은 꽃들을 찾는 건 벌 나비뿐 아니지만

기억하라고 각양각색인지 모릅니다.

사랑의 배신이 어쩌면 식충식물로 변하게 된 이유일까요.

 

꽃 같은 신부를 데려다

고생만 시키니 생기를 점점 잃어가다

방 한 켠 오래된 가구가 되어 갑니다.

 

언제나 집구석을 지키는 마른 꽃이 고맙습니다.

 

 

 

 

 

 

 

 

 

응모자 : 서 현석

이메일 : poet6001@naver.com

연락처 : 010-8794-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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