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한국인 34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서리 외 4편

by 달마루 posted Apr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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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밟힌 서리가 사르르 눈물을 흘리니

신발을 넘어 메아리로 스미네

판 공기와 시린 품이

눈을 가려 여린 눈망울 보지 못한

어느 몽상가의 자만

서리의 수정은 녹아내려

선명한 자국을 남기네

눈이 먼 몽상가는 이미 감각이 없네

그는 다시 한 번 더

서리는 다시 한 번 더

잘못 한 건 누구



시상


볼펜이 나오지 않아 애꿎게 흔든다

펜 속의 잉크가 나를 흘기지만

나는 대답이 생각나지 않는다

틀의 끝자락에 앉아있는 지금까지도

새하얀 종이는 텅 빈 채 기다리는 듯 하지만

나는 죄스러워도 고해조차 뱉지 못 한다


수시간 뒤에도 그 자리에서 기다릴 종이지만

눈을 흘겨도 내게 욕할 수 없는 잉크지만

쥐어줄 말도 내어줄 자리도 부족한

몇 시간의 마지막 하루가

내게는 그 무엇보다 보내기 힘들었던

연인의 온기처럼 죄여온다



여수의 밤


돌산 위에 내리니

어느새 찬바람이 어둠을 몰고 왔네

저녁파티에 늦은 나의 뮤즈가 한 귀걸이처럼

저물기 전 태양은 별빛을 내려앉혀

내 가슴에 안기네

나무에 열린 별빛을 따서 한 입 베어무니

차가운 냉기가 반짝이며 입 안을 한 가득

다시 돌아가는 길 위에 소복히 쌓이네



춘분


매화가지에 앉았던 눈꽃은

부드러운 새살이 돋아나

이젠 녹아재리지 않네

산수유가지에 앉았떤 눈꽃은

황금빛 햇살에 익어

이젠 따스히 빛나내

마치 껍데기를 버린 나비처럼



떠오른 봄


흰구름 사라진 자리에 돋아난 별들은

서늘하고 뾰족한 밤하늘 사이사이를

물들이는 물방울들

밤이 물러가지 않도록

멈춰선 경계가 유난히 반짝거리는

순수한 우화

알아도 모르고

봐도 본 적 없고

들어도 낯선

별과 밤의 노래

저물어 가는 석양빛이

실어 보낸 실크에 적힌 가사가

더 부드러웠던 하루 끝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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