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감을 따면서 외 4편

by 해피니스 posted Apr 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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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따면서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안 떨어지려는 코흘리개 아이처럼

아무리 당겨도 꽉 잡고 놓지 않는다

애써 떼어 놓으려고

힘껏 당겼더니

그 굵은 가지가 뚝 부러진다

 

가슴이 아리다

 

팔이 잘리는 고통 속에서도

자식을 잡은 손 절대로, 놓지 않는

엄마의 여윈 손을 본다

 

보청기 윙윙대는 소리에

아주 가끔씩 상상의 나래를 펴고

속엣 말 풀어놓는 팔순의 노모

이제 곧 물러 터질

그 홍시를 따려 한다

 

아들 곁이 제일 좋다며

어린애처럼 울음 터뜨리는 노모를

치매병원에 입원시키는 날

 

팔이 잘리면서도 놓지 않았던

여위고 쪼글쪼글한 그 가지를

이제 잘라 버리려 한다

 

 

물수제비를 뜨며

 

물 위를 걷는 법 배운다

뻣뻣하게 서서도

나를 다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응어리 져 돌이 되어도

결코 모가 나서는 안 된다

동그랗고 납작하게 나를 누르고

최소한의 각도를 지켜야만

통통 튀는 애교로

그의 사랑 받을 수 있다

 

붉게 타는 노을이 되어

터질듯 한 가슴 안고

살짝살짝 그의 곁에 다가서도

결코 푹 빠져서는 안 되는

빠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사랑

 

지금은 열애 중이다

 

 

가려움증

 

내 생애 마지막 다이어트 중

아가씨 때 입던 옷을 꺼내 입으며

20대 꽃길을 걷고 있는데

내 안에 매복해 있던 복병을 만났다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예고 없는 가려움증

내게 사랑이 처음 올 때도

준비하지 못한 이별이 올 때도

이렇게 왔었던 것 같다

긁으면 긁을수록 아프고

벌겋게 부풀어 올라도

멈출 수도, 떨쳐 낼 수도 없는

이 야릇한 유혹

마음 간 자리마다 상처가 남아

그 상처가 지워질 즈음이면

다시 또 마음이 가는

참을 수 없는 유혹

내 안의 가려움증

 

 

수목원에서

 

가장 많은 양의 산소를 내뿜을 것 같은 우거진 나무 아래

널따란 대청마루에 자리를 잡고 大(큰 대)자로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다. 곤하게 잠이 들었다

소름 돋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수백 마리 까마귀가 내려다보며

식사거리가 되나 고민하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꼭 저승사자와 같은

빛깔의 옷을 입고 그렇게 소름 끼치는 모양을 하고

 

산다는 건 이렇게 천국과 지옥의 그 중간쯤에서 멋모르고 곤하게 잠들어

있는 그런 모양이 아닐까 좀 더 많은 양의 산소를 마시겠다고 용을 써 가며

 

 

낮달이 되어

 

-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으며

 

늪에 빠졌다

발버둥 칠수록

자꾸만 더 깊이 빠져드는

끝이 없는 늪

 

숨 쉴 때마다

악몽의 파도가 소용돌이치고

그 파도의 끝에 매달려

이슬로 사라져도

너를 만나고 싶다

 

너와 나의 몸을 바꾸고

너와 내가 자리한 곳을 바꾸어

마지막 내 삶의 숨결로

못다 핀 꽃 피우고 싶다

 

대낮에도 잠들지 못해

처연히 떠 있는

달이 되어

 

하늘 뜻 어기고라도

네 곁에 가고 싶다

 

 

 

성명: 장정인

이메일: jji1017@naver.com

HP: 010-8855-3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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