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 기도 외 4편

by 색계치북 posted Apr 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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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그녀는 많은 것을 가졌다.

그러나 한 번도

스스로를 거둔 적 없어,

젊은 나의 마음을 담은

답장을 읽지 못했다.



스스로를 비추지 못했던 것은

끝없는 미로 속에서

스스로를 용서하고 타인에게 비친 자신을

외면한다.

텅 빈 마음과 가득 찬 머릿속은

시간의 빠른 흐름을 담아내지 못하고,



비가 내리는 날 쓴 편지는

매번 받는 이의 이름이 검게 물든다.

나는 많은 것을 보았으나

정작 나를 담은 적은 없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는 길을

그녀에게 묻지만

그녀는 울음을 터트리며

나를 쓰다듬던 예쁜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



이제 그녀는

홀로 아무것도 비추지 못하는데



바보 같은 난

여전히

우는 그녀를 그저 바라만 본다.



벚꽃


벚꽃이 진다

매서운 겨울을 몰아내던

새로운 설렘을 안겨주던 봄이

이제는 간다.



땅 밑에서 잠을 자던

꽃들의 잠을 깨운 아지랑이도

산뜻한 바람도

이제는 진다.



기억이나 할 수 있을 까

그 마음들,

잠과 함께 다가와 등 두드려주던



지나고 보면 그리운

계절들의 향기

있을 때는 답답하지만

보내고 나면 한 없이 그리운



알아주기를 기다렸지만

끝내 버티지 못하고 돌아서는 너

따스한 태양빛에 밀려

지그시 돌아 선다.


바람이 분다

꽃이 지고 잎이 진다면

다시 돌아올까 본다.



양심


꿈을 꾼다.

하얀 얼굴에 푸른 눈동자 위로

붉게 타오르는 입,

살짝 홍조가 깃든 붉게 핀 보조개

검은 머리를 찰랑 거리며 날아오는 너



나를 바라보는 너는

붙잡으려 손을 펴도

잡히지 않는 다.



마음으로 몇 번을 되뇌어 보아도

너를 다시는 볼 수 없다.



마음속에서도 보이지 않아

너의 얼굴 떠올려 봐도

너의 미소만 그려질 뿐



너는 여기에 존재하지만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너와 함께 그리던 내일,

수많은 시도의 흔적들이

물 먹은 것처럼 사라졌지만

차마 찢을 수 없어



너를 보고 웃고 만다.

너를 보고 싶어서 한

너를 꿈꿔서 기다리고 있는 나



앙상해진 계절에

가슴이 아려

이제는 너를 보낸다.




떠나다



텅 빈 의자에 앉아

내게 손을 내민다.


네가 내 곁을 떠났을 때

하얗게 빛난 별들을 세며 그리움을 보냈고


네가 곁에 있을 땐

지친 어둠을 푸른 밤으로 지새웠다.


이제 가로들 불 빛 아래

외로이 서 있는 의자 하나


너와의 작별은 일상의 하나

너를 사랑했던 만큼 기대 쉬었던

내가 꿈꾸었던 그림들은 작자 미상



너의 소식을 건너, 건너 들리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춤을 춘다.


요즘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을 순 없지만



내 곁에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아닌 사람이 되어 달라고

끝내 내뱉지 못해 잠 못 이루던 밤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두 눈을 감아 눈 위로 떠오른 너를 지운다.



연륜


차가운 망치에 몸을 내주는

뜨겁게 달아오른 틀은 오늘도 소리를 지른다.



시간이 흘러

먼 길을 돌아온 집에서

나는 뜨거운 틀의 비명을 듣는다.



여기 저기 휘어지고 녹이 슬어

망치를 들자

맑은 비명 소리가 난다.



가족도 잊고 꿈도 잃었던 자의

넉 나간 서글픔을 뒤로

끝도 없이 반복된 언덕을 건넌다.


검은 언덕위에 푸른 대장간에서는

맑은 비명이 들렸다.



시멘트에 몸을 고정시키고

짙게 새겨진 흔적을 따라

차가운 액체가 촘촘히 스며든다.


뚫린 주머니 사이로 잃어버린 가슴을 묻고

조용히 그리고 힘차게 맑은 비명을 듣는다.



진득하게 피고름이 굳자 시퍼렇게 날선

비명만이 아련하게 울려 퍼진다.





성명: 이근호

이메일: khhh88@naver.com

HP: 010-2671-8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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