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분 공모 - <문 외 10편>

by 이하영 posted Apr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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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문을 쾅쾅 두들기는 배달원이 있다.

내가 시킨 음식이 도착했다는

좋은 신호임을 알면서도

그때마다 난 화들짝 놀라게 되며

뭔가 불쾌한 기분까지 들게 된다


사람 마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에게 누군가가 다가왔을 때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서

격하게 노크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발 내 집 문이든, 마음이든

조금은 조심스럽게

다가와 줬으면 좋겠다.








만남


진한 농도의 초콜렛일수록

점점 쓰게 느껴지듯이

우리의 관계, 우리의 만남도

얕을수록 달았고

진할 수록 쓴맛이 느껴졌다.









칭찬


가까운 관계일수록

많은 이들이 무례해지며

칭찬에 인색해진다.


아무리 가깝더라도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고

그렇게 쌓아온 불만들은

각자의 삶을 핑계로 바쁨을 핑계로

처음처럼 차차 멀어져 간다.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누군가와

이 관계를 반복하게 되겠지.







고립


고립되지 않은 공간은

타인이 만들어 놓은 것을

의지하며 채웠지만,

고립된 공간에서는

오직 '나'에게만 의지할 수 있어

그동안 보지 못한

자립심을 만들어 가며,

단단히 버틸 수 있는 힘을 준다.









온종일


온종일 생각나던 것이

어느새 완전히 잊힌 적이 있고

그 완전히 잊혀 버린 것이

또다시 온종일 생각날 때가 있다.







고름


모두 걱정하는 듯한 말투로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나를 생각하지 않는 말을 한다.


차라리 가만히 두는 게

차라리 혼자 두게 하는 게

그게 더 나을 텐데

나는 나의 고름이 스스로

시간이 지나 아물기 바랐을 뿐인데


사람들은 고름을 얼른 없애야 한다며

내 고름을 뜯고 뜯어내어

더 깊은 흉을 남기게 한다.








지각


오늘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요..


알람을 깜빡하고 맞추지 못해서요..


나오고 보니 지갑을 두고 와서요..


오늘 길에 사고가 나서요..


길이 너무 막혀서요..







기록


사람이란 게 참 의심 많은 동물이거늘

기록을 통해 그 의심을 깨 부수며

부숨을 통해 더 단단한 새 구축물을 만들어 가는것

그것이 사람만이 특별히 가지어 살아가는 특권







사춘기


겪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꿈이 있었다

여느 소녀처럼 나만의 꿈을 간직하려 했고

가능성이 없는 세계지만 나는 아닐 거라 생각했다.

연기를 배웠고, 학교가 끝나면

꿈으로 세워진 연습실로 호다닥 달려갔다.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고속버스 안

서적을 읽는 시간은

차멀미가 심한 내가 아무렇지 않게 될 정도로

내 체질마저 이겨버렸다.

그렇게 나는 내 삶도 반드시 바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난 그토록 되기 싫었던 평범한 길로 가게 되었다.

꿈은 꿈일 뿐이라는 제일 싫어하는 말이 현실로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나는 또다시 꿈 많은 사춘기 소녀가 되어

나의 또 다른 가능성을 계속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혹여나 글을 읽으며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들의 또 다른 사춘기도 함께 응원하고 싶다.






시간



눈을 감아본다

시간이 흐르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보이지 않게 나는 늙어간다.


시간이 원망스럽다

준비되지 않은 나의 멱을 잡고

억지로 어디론가 나를 끌고 간다


시간이 밉다

1년이 한 달 같고, 그 한 달이 하루 같으며

하루는 마치 1분 같다.






게으름


부지런한 사람들이 참 부러웠고

게으른 내가 정말 한심하고 싫었다.

나의 이 게으름으로 인해 항상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온종일 우울했다.

기분전환할 겸 서점을 가보아도 

온통 부지런함을 다룬 책들로 가득하였고

그렇게 또다시 자책하다가 끝난 하루

혼자 조용하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내렸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내가 게으르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우울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글을 쓰고 있지 않았겠지.

다시 생각해보니 게으른 내가 좋아졌다.









이하영

010-3934-1737

yooc123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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