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평심루(平心樓)> 외 4편

by ksye1018 posted May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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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심루(平心樓)


저물어가는 햇살 아래위에 천천히 눈을 감는다.

평평한 땅 위에 이미 너덜해져버린 하나의 덩어리를 얹어본다. 

정오의 뜬 강렬한 햇살은 어디가고 쇠퇴해져가는 빛으로 이제야 마주본다.

푸르른 조약돌도 느지막한 빛의 품이 아늑한지 이내 금방 잠이 든다.

미동조차 느낄 수 없었던 바람의 한 결도 노을의 틈 사이사이로 그 촉촉함을 느껴본다.

그 소리에 구름도 반응하듯 한 방울 두 방울 자신의 발자취를 인생의 발 틈 사이사이에 남겨본다.

나무들도 오랜만에 맡는 향연에 취한 듯 빙그레 웃으며 녹음을 날려보낸다.


아무런 사심없이 누워 보았는데 

이런 저런 선물을 받아버린 나의 두 얼굴 위에 잔잔한 미소가 동시에 뜬다. 


아버지


잔잔한 호숫가에 떨어진 조그마한 돌맹이

흩어지는 바람을 따라 그도 따라가고 싶었나

몇 번을 튕기더니 그대로 가라 앉는다. 

사라져버린 돌맹이 속 감춰진 진심과 진실

그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무엇이 그를 저 넓고 넓은 호숫가에 머물게 했을까

그의 외침은 바람을 타고, 물방울들을 스치며 잔잔히 가라앉아 버렸다.


거칠한 그의 표면도 

묵직한 그의 무게도 

저 넓은 대양 위에선 작은 먼지 조각에 비하지 않았다.


그의 색채도 

그의 미소도

그 바다 아래 묵묵히 잠식되어 있을 뿐이다.


영원히 스스로 떠오를 수 없는 그의 단단했던 외침도 

숫한 물들 사이에서 녹아져 버린다.


그렇게 사라져 가는 듯한 그의 삶이 

이 바다 저 바다에 녹아 흘러 언젠가 우리에게 오겠지

그렇게 스며들겠지

너도,

나도,

우리도.


가장(家長)


막막한 감정, 멈추지 않는 한숨, 울부짖는 음성

그 끝의 날은 무엇이길래 이 못다한 삶 왜 이리도 답답할까

무너진 담벼락 넘어 움크리고 있는 한 아이를 보자며 일렁거리는 마음인가.

저 산 넘어 알록달록 피어난 꽃잎 보자며 울며 떼쓰는 어린아이의 소리인가.


멈추지 못하는 발걸음, 웃음 짓지 못한 얼굴

출렁이는 내 눈빛 사이로 비추는 연한 등불


무엇을 위한 빛인고, 무엇을 위한 마음인고, 무엇을 위한 외침인고

떠도는 공기 중에 흩어진 꿈은 무엇으로 주어담을꼬

어떤 방에 들어가야 나의 안락함을 찾을 수 있는고 

어떤 밤에 잠들어야 내가 위로함을 받을 수 있는고


불꺼진 방안에 눅눅한 공기

그 무엇도 살아 있음 안 된다는 걸 암시하듯

조용한 어둠의 적막만이 나를 감싸안는다.


소름끼치게 웃는 저 아이들의 꿈은 무엇일까

이내 감추어둔 진심을 들켜버린 듯 잔잔했던

그 얼굴이 일그러져 옅은 눈물 한 방울을 떨군다. 


세상에 대한 원망

가족의 안위

내 자신의 무능력함


그 두 볼 사이로 흐르는 물방울들은 점점 짙어져

그의 방황을 칠해버렸다.


정상인(正常人)


정처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산 중턱이랴

웃으면서 출발했던 그 걸음이 

울기도 하며, 넘어지기도 하며 

그렇게 땅의 일생을 느끼며 산 중턱까지 오게했구나


저기 저 구름 사이로 가려진 꼭대기 위에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꼬


맑은 공기냐

푸르른 초원이냐

내 영원한 삶이냐

무엇이냐


중턱까지도 이리 버겁고 힘든데 

저 꼭대기에서 우린 무슨 낙을 보자고 

이리 아웅다웅하며 걷고 있는가


여기서 내려가면 그 또한 병신인 것인가

우리는 끊임없이 올라가야 되는 것인가


무엇을 타고 올라가야 되나

어디로 가야 빨리 올라가나


난 좀 더 이곳에 머물며 새의 소리도 

나무의 촉감도, 땅의 향연도, 공기의 푸르름도 느끼고 싶다.

자연의 품에서 꼭대기든 땅아래든 위로 받고 싶다.


환상


12345

54321

숫자를 세어본다.

환상에 갇힐 시간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과 시간에 나는 갇혀 이 긴 시간을 아름다운 것들로 창조해나간다.

아무도 간섭할 이 없는 이 작은 공간 속에서 나는 내일의 인생을 꿈꾸며 작은 환상의 세계를 만든다.

오로지 나만의 공간, 나만의 전쟁, 나만의 나라이다.


저 창문 밖엔 빗소리가 참 요란도 하다.

갈길은 먼데, 저 빗소리를 뚫고 가야할 생각을 하니 참 먹먹하다.

이 비는 언제 그칠려나, 멍하니 차 소리와 함께 기다려 본다. 

매순간을 먹먹히 때론 묵묵히 걷다보니 여기까지 와버렸다. 


이 공간은 환상인지 아니면 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참 헷갈린다.

환상이 꿈이 되어버린, 꿈이 현실이 되어버린, 또 다른 세계에 갇힌건지.

하루하루 내 마음과 싸워본다.

해야하는 일, 해야되는 일, 하지 않아도 되는 일, 하면 절대 안되는 일, 해도 되는일, 하고 싶은 일, 여러 가지 생각과 마음만이 공존할 뿐이다.


그래, 이렇게 환상에 갇혀서

잘 모르겠다.

어떤 환상에 갇힌건지.

무엇이 오롯한 나만의 행복인지, 웃음도 울음도 없어진 이 공간 속에 난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어렵다 어렵고 어렵다. 

내일의 내가 있는데, 오늘의 나는 어디까지 존재해야 될지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오늘의 시작이였을까 그리고 언제 오늘의 나는 끝나고 내일의 나만이 존재할까?

어제의 나는 사라졌을까?

수없이 많은 '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내일의 '나'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살기 싫은 수명이 점점 길어져갈 뿐이다. 


무엇이 적막한 마음을 위로해줄까.

무엇이 감사가 될까,

언제쯤 이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항상 궁금할 뿐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헛된 환상 속에서 나의 감정을 느끼며 모든걸 마무리 해본다. 


그래 수고했어, 그래 안녕.

오늘은 너에게 어땠니? 내일을 보내기에 오늘은 참 좋았니?

오늘의 삶이 내일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주었니?

오늘의 인생의 펜이 마무리 되고, 내일의 새 펜이 내 손에 쥐어진다.

그래, 충전된 새로운 펜으로 다시 그려보자. 힘내서 완성해보자.

나의 삶 새롭게 다시 만들어보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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