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가재
민물가재 한바구니
우리 막내 멕이려구
닫힌 창호 저 멀찍이
허겁지겁 먹는 모습
지난 열흘 내 새끼 그림자가 부쩍 컸네
봄날에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순수함이 보이고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우아함이 보인다더라
가슴으로 따스함으로
너의 꽃을 피워주려
수 없이 잊지말자 되뇌이며 바라봤던
내 눈 안에 담은 너를
사람들이 보았나보다
산기슭에 두루뭉실 구름 한 점 널려 있듯
아직은 때가 이른 너와 나의 마음들을
화알짝 꽃 피울 너와 나의 늦은 봄을
산새들이 노래할 때 태연하게 기다린다
어느 잔상
달빛이 포근히 새벽을 감쌀 때
먼 고향에 그리운 한 여인. 여인.
당신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다 못견뎌 나를 잊으려고
새까맣고도 커다란 피아노. 피아노.
그 앞에 앉아 차가워진 열손가락으로
건반을 눌렀다 뗐다 한 곡도 체 끝내지 못할 것이다.
겨울바람에 바짝말라 비틀어진 꽃잎에게도
가로등 지나쳐 돌아오지 못한 담배 문 장년에게도
삶이란 피차 죽지 못해 사는 것
서로의 인연임을 고개 숙일 수 밖에
혼례
정성스레 약속하니 매화마냥 꽃이 피어
양볼짝에 찍힌 홍점 상서로워 보기 좋다
모든 생의 하얀 꽃은 피기 힘든 난꽃이라
총각들은 주머니에 하얀 씨만 가득하다
경사 날이 점을 찍고 한 잔 빌어 달이 뜨면
홍점처럼 불그레진 술에 취한 어린 서방은
새색시가 피곤할까 침 한 방을 놓아준다
꽃이 지기로소니
꽃이 지기로소니 나는 벗을 잃었구나
돌아 돌아 외길인데 달리 걸을 뿐이구나
반쯤 풀려 축 하고 처진 눈 밑 제일 큰 구녕으로
뻐끔뻐끔 연기놀음 할 일 없이 벌려보자
해가 끓어 한 뼘 뒤에 졸졸졸졸 시이커먼 이 양반이
과묵하고 과묵한데 낯빛 한 번을 못뵈었네
어둑어둑 집에 가야지 연기놀음 고만하고 이제 고만 집에 가야지
불씨 끄려 누우런 땅에 쑥 하고 수구리니
아이고!
돌아 돌아 오셨구료
오는 봄에 만납시다
*성명: 조우인
*이메일 : arete626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