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먹고살기>외 4편

by 진도 posted May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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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물먹은 스펀지가 되어 바닥에 누웠는데

천장에 붙어있는 모기 한 마리

시커먼 그것이 날름거리며

물을 쪽 빼려고 밤을 기다린다


안온했던 허공이

죽고 사는

한순간의 극단적 경계가 되어 

모기와 눈치 싸움을 한다

나는

전자 모기채가 놓여있는 탁자를 보다가 모기를 보다가 탁자와의 거리를 보다가 모기를 보다가 전자 모기채를 보다가 모기를 보다가 전자 모기채를 쥐다가 모기가

없다



너나 나나

먹고살기 지겹게 힘들다


불을 끄고

이불 위로

팔 한쪽을 내놓는다


꿀렁꿀렁


송충이 마리가

한강변 자전거도로를 건넌다


틈에 자란 풀숲이 좁았던지

건너편 우거진 풀숲을 향해 꿀렁꿀렁


하얀 빗장을 넘으면

올록볼록 다가오는 그림자

옆을 스쳐가는 둥그런

멀었다 가까워졌다 멀리 사그라드는 괴성

이따금 멈춰 숨을 고르다

노란 중간 펜스에 다다라

슬쩍 옆을 보다가 다시

앞을 보고 꿀렁꿀렁


바닥에 눌어붙은 지나간 것들을 지나

장미 덩굴 같은 균열을 넘어서

희미했던 푸르름이

사실 갈색과 연두색과 노란색과 초록색과 회색과 붉은색과 흰색과 검은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꿀렁되던 것은

팔랑될 있었다



타다다다~~~


땅과 내가 또 다른 루트로

연결되는 순간


몸 안의 온갖 길을 거쳐서

땅 위에 길을 낸다


아래로 아래로

꾹꾹 눌러


안으로 안으로

스며들면


한낱 물줄기로

나를 그릴 수 있는 기회


의미 있는 연결

내가 땅이 되는 순간


빨래판


한때였다


내 몸과 너의 몸이 처음 만나

어색할 공백도 없이

내 울퉁불퉁한 근육 위로

팔을 누르고

다리 사이를 비비고

엉덩이를 치면

내가 뜨거워지고

네가 뜨거워졌지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어

너를 안으면

,

과거의 순간을 잊고

새로움을 맞을 준비를 했었지


지쳐 쓰러진 너를 한쪽에 눕혀놓고

다른 누군가를 맞아야 하는

불운한 운명을 외면할 길 없어

너를 바라보면

,

터진 실밥에 눈물이 맺혔지


떠나버린 네가 돌아오지 않아

메말라 버린 내 몸뚱이는

늙고 닳아

시커멓게 죽어가고

어쩌다

갈라진 마음 사이로 빛이 새어들면

구석에 기대어 너를 그리워하는

다신 오지 않을 한때


봄의 밥상


봄의 밥상

냉이가 나서고

달래가 달리고

미나리가 제치고

두릅이 뛰어올라

서로가 잘났다 하니


그 옆

멸치는 말라가고

김은 늘어지고

김치가 고개 숙이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닌듯한데


그 안

삼겹살은

난생처음 느끼는 소외감에

눈물만 짜내다

쪼그라들다

퍼석대며 죽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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