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전 밤 외 5편

by Luna posted Sep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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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타가는 하늘,

자신의 수명이 다 돼가는 것을 알고 있는지 땅거미를 길게 내리네

그 마지막 발악에 나도 집을 나와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

나는 무엇이 그리 조급했을까?

뒤돌아보지도 않고 갑자기 뛰어가기 시작한다.

목적지가 없는 산책에 지쳐버린 나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뛰기를 반복한다.

달빛이 비치는 하늘,

문득 집이 생각난 나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아무 목적 없이 지나온 길은 기억마저 남기지 않았고 결국 난 길을 잃고 말았네.

저 하늘 높이 비치는 달의 찬란한 빛은 내 눈을 멀게 하였고

이번엔 그 달빛을 따라 동쪽으로 갔다 서쪽으로 갔다 한다.

구름이 달빛을 완전히 가려버린 하늘,

하늘 구석에서 몰려온 구름 덩어리들은 세력을 키워 나의 하늘을 전부 가려놓았고

달빛의 찬란함에 눈이 멀었던 나는 방황을 시작한다.

목적지 없는 독행

어쩌면 처음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몰랐던 건 내가 처음 걷기 시작한 이유.

무수히 많은 별들이 떠있는 하늘,

달빛이 가려진 하늘 주위로 별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별빛을 따라 다시 걷기 시작하다 결국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간신히 빛을 내는 불빛, 무수히 많은 불빛, 별 빛

찬란한 달빛조차 따라가지 못한 내가 저 조그만 빛을 쫓을 수 있을까?

나는 수많은 별빛 중 하나도 자신이 없어 그저 울 뿐이다.

여전히 어두운 하늘,

두 손에 눈을 묻고 계속 울어버린 나는 햇살이 나를 비췄다 들어간 줄도 몰랐고

눈을 떴을 때에는 여전히 어두운 하늘이었다.

달빛도 비추지 않고 별빛도 고르지 못한 채 다시 시작된 독행

나는 그저 목적지 없이 울며 밤 하늘을 헤맬 뿐이다.


흔적을 지우는 사람들


나의 흔적을 지우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이 있니?

알 수 없는 무력감과 회의감

시간이 흐를수록 아무 이유 없이 느끼는 막막함

조금 더 노력해봐야지 해도 지킬 수 없었던 나의 상황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도 몰라

또 어떤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지도 몰라

변하고 싶어도 쉬이 변할 수는 없었고

나는 그냥 나의 흔적을 지우기로 했다.

어느 누군가가 그랬지

사람이 죽었을 때 남는 것은

고작 항아리 하나에 들어갈 정도에 재뿐이라고...

그 한 줌의 재를 위해 우리는 왜 이렇게도 열심히 살아가는 걸까?

죽음에 대해 겪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으면서

살기 위해 고통을 이겨내며 그렇게 열심히, 열심히

살아가며 느끼는 무력감과 막막함, 끊임없는 고민 속에

결국 나는 나의 흔적을 지우기로 마음먹었다.

먼 훗날이 되었을까?

나는 어떤 곳에 와있었고

이곳은 좋은 곳인지 나쁜 곳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나에게만 들리는 한 마디 목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참, 이기적인 사람이었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나의 흔적을 대신 지우고 있었다.



벌레


벌레,

그것은 작고 미개한 생명체

코끼리처럼 크지도 않고

곰처럼 힘이 세지도 않다.

고양이처럼 유연하지도 않고

공작처럼 우아하지도 않다.

제아무리 날고 기어도

톡 치면 날아가고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벌레, 그것은 아주 작고 미개한 생명체

하지만 그렇기에

최대한 주변과 어우러지는 법을 배웠다.

살아남기 위해

나뭇잎이 되고 나무가 되어 숨죽이는 법을 배웠다.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비록 모델처럼 키가 크지도 않고

배우처럼 잘 생기지도 않다.

선수만큼 운동신경이 좋지도 않고

대기업 총수처럼 돈이 많지도 않다.

그렇지만 당신은 스스로를 더욱 빛나게 해줄 무언가가 있다.

당신만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 세상에 있는 완벽함에는

아무도 모르는 슬픔과 단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사람은 언제나 한낱 벌레와 같으니까



외출


닫혀있던 문을 열고 오랜만에 외출을 한다.

오랫동안 닫혀있던 문을 열기는 쉽지 않았지만

생각이 들었을 때 힘을 내 문을 열어본다.

간만에 열린 문밖의 세상은

햇살이 따스히 내 몸을 안아주었고

바람이 살포시 내 등을 밀어주었고

꽃들이 반가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 얼마나 부러웠던가. 창밖의 세상이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이

운동장을 친구들과 뛰놀며 땀 흘리는 어린이

숲속에서 이름 모를 꽃을 찍는 사진작가가

내가 문을 열기 전에는 그저

내가 아닌 그들의 세상이었다.

그러나

내가 문을 열고 나서는 더 이상

그들만의 세상이 아닌 나도 함께하는 세상이 되었다.

나는 이제 창밖의 세상이 부럽지 않다.



무지개


세상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세상은 흰색 또는 검은색이라고.

그리고 그들은 또 내게 말한다.

자신은 하얀색이라고 또 저들은 검은색이라고.

회색을 칭하는 사람 또한 조금은 어둡다고.

그러나 나는 다르고 싶다.

하얀색도 검은색도 아닌 무지개색이 되고 싶다.

여러 가지 색들이 함께 모여 하늘 높이 날아

찬란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무지개의 색.

하얀색 옆에서는 푸른 하늘 위 구름과 무지개

검은색 옆에서는 밤하늘 위 신비로운 무지개

세상에 흑과 백뿐이 없다면

어찌 나 하나만 흴 수 있을까.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말한다.

세상은 흑과 백으로 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그리고 나는 또 그들에게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늘 높이 날아보자고.

무지개가 된 우리는 언제나 아름답다고.






어둔 밤길을 환히 비추어 주는 달,

그러나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다.

달은 그저 태양의 빛을 잠시 빌려올 뿐이다.

태양의 빛이 아무리 강한들

어찌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출 수 있을까?

태양의 빛이 아무리 환한들

결국에 그의 힘은 서서히 약해지고

그의 축복을 받던 대지에는 어둠이 찾아오고 만다.

그러나 달은

온 세상에 어둠이 찾아왔을 때 조그만 빛을 낸다.

작지만 따듯한 빛을 낸다.

태양의 축복이 대지에 만연할 때

달은 그 축복을 잠시 자신에 담아두었다가

앞날이 깜깜하여 사람들이 방황할 때

달은 태양의 축복을 환히 나눠주어

대지에 한 줄기 축복을 내려준다.

그러나 달은 겸손하게

한 줄기 축복을 태양의 덕으로 돌려놓고

묵묵히 어두운 대지를 비출 뿐이다.




최현우

010-6596-7317

qksvhtmx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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