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차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공모 <안개> 외 4편

by 오리온자리 posted Oct 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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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나와 같이 울어주는 건

하늘만이 아니었나 봐요.

 

첫서리가 내리던 날

새벽 태양과 함께

맞이한 입김처럼

축축하고도 포곤한

맑은 연기 속 세상.

 

뜨거운 눈물도

목놓아 울던 내 얼굴도

마치 흙탕물 속 하늘처럼

그 자취를 감추네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그 하얀 세상은

두려움이 아닌 안도감을 주었고

찝찝함이 아닌 상쾌함을 주었죠.

 

하늘이 날 가엽게 여겨 선물한

나만의 백색 성.

 



눈의 축복

 

몇 년 만에 하늘에서 떨어진 하얀 눈이

눈물 젖은 얼굴에 살포시 내려요

빨개진 코끝에 맺힌 물방울은

그대의 것인지 하늘의 것인지

그저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 있네요.

 

몇 년 만에 인연의 시작을 알릴 때

하늘은 세상을 하얗게 덮네요

어제를 잊으라는 듯이

그대와 함께 있는 거리를

하얗게 하얗게

이전의 자취를 감추네요

새로운 발자국을 남기라는 듯이.

 

사랑하기에는 하루가

너무도 짧다는 투정에도

사랑을 받기에는 그대가

충분히 아름답다는 말에도 침묵하던

자신을 어르고 달래며 버텨낸 세상은

지금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그리도 단단했나 봐요.

 

하늘의 축복과

나의 용기와

그대의 믿음이 모여

세상은 희고도 말갛게

그리고 아름답게 녹아내리네요.

 

몇 년 만에 하늘에서 떨어진 하얀 봄이

행복 담긴 얼굴에 가득 내려요

하늘도 얼어붙은 세상은

눈인지 사랑인지 모를 것에

녹아있네요

따뜻하네요

아마도 그대이기 때문이겠죠.

 

 


기도

 

나는 오늘도 기도해요

그가 저 달을 보며

나를 그리워하여 울지 말고

하이얀 꽃을 보며

나에게 선물할 생각에

미소 지어주길.

 

나는 오늘도 기도해요

내가 지은 손수건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그에게 닿아

그가 슬플 때마다

그의 눈물을 닦아주길.

 

나는 오늘도 기도해요

언젠가 그와 만나서

영원히 함께한다면

지금의 믿음과 사랑도

영원하길

그도 그렇길.

 



마지막 낙엽

 

가을이 가기도 전에

벌써 겨울이 왔다

쌀쌀함을 넘어서 얼얼한 바람에

놀랄 틈도 없이

가을의 끝자락에서

겨울비를 맞이했다.

 

때 이른 추위 속에서

가을의 추억이 사라져갈 때쯤

한 모금의 햇살과

한 줌의 낙엽이 나를 반겼다

사시나무같이 몸을 떨면서도

주인 모를 저 낙엽을 바라보며

작게 속삭여 보았다.

 

, 가을이구나

 

구름도 얼고

나무도 얼고

한숨도 얼던

회색빛 가을 안에서

마지막 낙엽과

잠시나마

대화를 나눴다.

 



붉은 것

 

나에게는 붉은 것이 흘러요

그대를 바라볼 때면

숨이 막히도록 빠르게 흘러요.

 

뜨겁게 흐르고 흘러 식어갈 때면

그대에게로 가

다시 뜨거워지지요.

 

그렇게 계속 흐르지요

손가락이 간지러워지도록

쉴새 없이 흐르지요

온몸이 붉어지도록.

 

나에게는 그대가 흘러요

그대를 통해 숨을 쉬고

그대와 함께 뜨거워지지요.

 

마른하늘 사이에 핀 동백처럼

그대의 볼도

나의 마음도

함께 붉어지지요

함께 흐르지요.

 

나에게는 붉은 것이 흘러요

나의 미소

나의 온기

나의 생명

나에게는 그대가 흘러요.

 

나에게는 사랑이 흘러요.

 

 

성명: 김건엽

전화번호: 010-6334-7758

이메일: rjsduq7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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