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회 창착 콘테스트 시부문 5편

by 글쓰는김수연 posted Nov 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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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홑씨

타의에 의해 불려 날리는 당신은
어디로 가는지도
언제 날려 갈지도 
알 지 못한 체 살아가다
불어오는 한낱 실바람에 온몸이 으스러져 날려가시지요

무엇을 위해 당신은 
모진 풍파와 눈비에도 인내하여
결국엔 노오란 꽃송이를 터뜨리고
홑씨들 그득히 품어 부풀리고 있나요

길 가에, 모퉁이 틈에, 돌멩이 사이에
꾸역꾸역 그 몸뚱이 내내 피워
결국 예고 없는 어느 날
여운하나 없이 흩날려 떠난 터에는
정적만이 남아있네요

꽃으로 태어나 눈길 한번, 온기 한번을
제대로 못 받고 떠나는 당신의 삶에는
공허함을 실은 무거운 바람이 되어
나에게 닿아 메아리로 메워오네요

그런 당신이, 당신을 꼭 닮은 내가 가여워요
어차피 당신도 나도
갈기슭 속 자그마한 홑씨 나부랭이들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당신의 치열하고 외로웠던 길에서
마지막 고개 떨구실 적에
내 뜨거운 마음
두 볼 미어터지게 입김에 녹여
머얼리 불어드릴게요

별
까만 하늘에 눈에 띄는 반짝거림
너를 보고 또 보고 있으면
너는 하나였는데 둘이 되어 있고 이내 수없이 많아져
칠흙같은 하늘을 그득히 메운다

처음에는 그저 예쁜 줄만 알았더니
너희들의 그 반짝임은 마지막 순간에 쏟아내는 죽음이라더라
온 몸 태워 뿜어내는 그 빛에 나는 위로를 얻는다
그리곤 곧 나는 너를 동경한다

나의 마지막 순간에는 불똥만한 빛이라도
터뜨리며 사라질 수 있을까

늘 하늘에만 있던 너희들을 보려
고개가 아프도록 젖히고 있을 때가 있었다
너의 빛이 나의 눈가에 자꾸 내려앉곤했지

그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
너희들을 보며 위로를 얻던 그 시절을 
지금의 마음으로는 
보이지가 않는다

그저 꺼진 땅만 보면 앉아 있을때면
발에 툭툭 부딪히는 모래알 사이에서
가끔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것을 보면
이내 너희들이 떠오르며
모래를 적신 내 눈의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일상, 그리고 너

일상 속에 스며있는 너를 본다

넌 그냥 나에게 
바쁜 출근 준비에 미처 잠그지 못한 마지막 단추,
바삐하다 짧게 잘라 쓰라린 손톱,
흰 옷에 묻어버린 얼룩 같은 사람

단추, 다시 끼우면 된다
손톱, 다시 기르면 된다
얼룩, 다시 지우면 된다

괜찮다, 괜찮다
나의 사사로운 일상에 스며있는 너를 부정해보지만

알고있다

그 일상이 조금 지나야 한다는 것을
버텨내는 그 시간동안 비슷한 일상을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한번은 겪어보았지에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불편했고, 아팠고, 신경이 쓰였으니까
나를 방어해줄 벽이 하나 세워진다

견뎌낸 일상들이 쌓이고 나면
그 작은 실수들에 대해
나는 의연히 대처하는 무의식에 의해 살아내겠지

아주 예쁜 구두

참 예쁜 구두를 신으면
뒤따라 오는 고통은 당연한 듯 감수해야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걸음에는 아픔이 서려온다

구두 속 나의 발에는 
여기저기 성한 곳 없이 긁히고 까져
피가 새어나고 있다

다만,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건 
예쁜 구두로 감춘 발이라,
아픈 내발을 숨겨낸다

밴드를 붙이고 덧대어 보아도
아픔이 티나지 않을까
걸음에 묻어나진 않을까

고통은 결코 아름다워 보일 수 없음을 알기에
절대 들키기 싫은,
몰라야 하는 내 몫의 문제

상처 많은 감춘 나의 발이 너 또한 아프게 할 것 같아서
너를 나의 구두 속에 가두어 버리게 될 것 같아서

나의 지친 발보다는
너의 시선이 머무는 것을 살피며
너의 고개가 떨어질 때면
무거운 나의 발을 한 걸음 뒤로 끌어낸다

나의 발의 비밀이 들켜버리면
예쁜 구두로도 나를 숨겨 줄 것이 없을 것을 알기에
늘 그랬듯, 많은 것들을 담은 구두를 신고
견디는 하루를 보내본다

어우러진다는 것

겹겹이 쌓여있는 많은 하루들 중
스쳐지나간 그 어느 하루에
너는 나를 찾아왔다

자세히 보아야 보일만큼
티끌 같이 작던 네가
소리도 없이, 날 것 그대로
나의 마음 밭에 그렇게 툭하고 떨어졌다

시간이 지나 네가 많이 자라고 나면
네가 누구인지 알 수 있으려니
매일 나는 물 한동이를 너에게 주었다

여러 날이 흐르더니
너는 가느다라고 여리디 여린 잎사귀를 틔워 주었다

그런 네가 기특하고 고마와
부지럽히도 양동이에 물을 더욱 채웠고
어느 날에는 맑은 바람을, 따듯한 햇빛을 한아름 안고
너에게 가고 또 갔다

그렇게 너에게 오고 가는 것이 잦아져
너는 나에게 한낱 씨앗이 아닌 비로소 사랑임을 느꼈다

더이상 네가 꽃을 피지 못할지언정
열매를 못맺는 나무일지언정
나는 너에게 주던 물과 함께 스며들었고
너는 나의 세상을 가득 채우는 '나의 나무'가 되었다

우리가 함께 얽히고 섥히며 흐르는 세월동안
나는 너에게 더욱 스며들어 모든 순간을 교감 할 것이다

나는 너이고
너는 나인
우리는 한 그루의 고목이 되어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그저 함께인 존재로,


  이   름: 김 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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