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회 창착 콘테스트 시부문 5편

by 꿈내가이루리 posted Nov 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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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는 숫자입니다 -

 

그냥 물어보는 겁니다

당신의 키는 몇인가요?

저는 172cm입니다

업무능력 부족으로 판단하여 불합격입니다

 

그냥 물어보는 겁니다

당신의 키는 몇인가요?

저는 182cm입니다

언제부터 나오실 수 있을까요?

 

이젠 서럽지도 않다

이젠 부럽지도 않다

 

키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걸 알기에

인생의 열쇠(key)가 아닌 걸 알기에

 

그냥 물어보는 겁니다

당신의 키는 몇인가요?

음 아마 2m 조금 안 될 겁니다

 

 

 

- 그녀의 향기 속으로 -

 

어디서 아리따운 향이 난다 했더니

저기서 걸어오는 그녀 내게 오더라

 

어디서 순수한 향이 난다 했더니

옆에서 해맑게 미소 짓는 그녀 서있더라

 

어디서 따뜻한 향이 난다 했더니

어느새 따스히 그녀 내 손 잡아 줬더라

 

오직 나에게만 나는 향이기에

오직 그녀한테만 나는 향이기에

 

오늘도 그녀 향기 가득 품고 잔다

그 향들이 온전히 내 것이 되도록

 



- 절규만 아니어라 -

 

무거운 공기가 강의실을 덮어가고 있을 때쯤

비좁은 공간 사이로 소리 하나가 부끄러운 듯 튀어나온다

 

"카톡!"

 

튀어나온 소리는 어색한 공기 속에서 제 갈 길을 못 찾아 이리저리 헤맨다

 

누군가에겐 그토록 듣고 싶었던 우람찬 함성일 수도

누군가에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소리 없는 절규일 수도

 

단지 알림 기능이 있는 어느 애플리케이션의 기계음에 의해 표현될 뿐

 

어찌 보면 참 슬프고도 외롭다

누군가의 뼈아픈 절규가 교수님의 수업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절규가 아무 감정 없는 기계음에 의해서만 알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제 강의를 시작•••"

 

누군가는 황급히 자신의 카카오톡의 알림을 끈다

누군가의 서러운 절규가 가까운 독이 되지 않기를 빌며

 


 

- 이유를 묻지마라 -

 

줄줄이 달린 카페 조명 중 하나가 날 비춘다

따스함에 못 이겨 이내 고개를 든다

 

우린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서로의 눈빛에 서로가 홀린 채

 

이유를 묻는 발길은 돌아가라

이유를 들은 발길은 끝내 부끄러워질 테니

 

뭐가 중요한가

너와 나

어디서 만났고, 어떻게 만났는지

 

 

- 익숙해진 것 중 하나 -   

 

아침마다 이제는 일상인 듯이

내 책상 오른쪽 첫 번째 서랍을 연다

 

층층이 쌓여있는 마스크들

무심하게 가장 위쪽에 위치한 것을 귀에 걸친다

 

버스 안 가득 차는 숨소리들

애석하게도 답답함을 뚫지 못한 채 축축한 입가를 맴돈다

아련하게 뱉어진 온기를 한껏 마주해본다

 

군말없이 귀에 걸쳐진 그것들은

답답한 내 마음 알기나 할까

아니, 어쩌면 그들이 가장 잘 알겠다

 

많은 이들이 내팽개쳐도

많은 이들의 곁에 항상 서 있으니까

 

익숙해져버린,

주변 친구처럼

나의 애인처럼

우리 엄마처럼

 

아니, 이젠 그들이 지치겠다

 

 

 


이      름 : 전혁진

전화번호 : 010-3288-4189

e - mail  : gurwls6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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