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물어보는 겁니다
당신의 키는 몇인가요?
저는 172cm입니다
업무능력 부족으로 판단하여 불합격입니다
그냥 물어보는 겁니다
당신의 키는 몇인가요?
저는 182cm입니다
언제부터 나오실 수 있을까요?
이젠 서럽지도 않다
이젠 부럽지도 않다
키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걸 알기에
인생의 열쇠(key)가 아닌 걸 알기에
그냥 물어보는 겁니다
당신의 키는 몇인가요?
음 아마 2m 조금 안 될 겁니다
- 그녀의 향기 속으로 -
어디서 아리따운 향이 난다 했더니
저기서 걸어오는 그녀 내게 오더라
어디서 순수한 향이 난다 했더니
옆에서 해맑게 미소 짓는 그녀 서있더라
어디서 따뜻한 향이 난다 했더니
어느새 따스히 그녀 내 손 잡아 줬더라
오직 나에게만 나는 향이기에
오직 그녀한테만 나는 향이기에
오늘도 그녀 향기 가득 품고 잔다
그 향들이 온전히 내 것이 되도록
- 절규만 아니어라 -
무거운 공기가 강의실을 덮어가고 있을 때쯤
비좁은 공간 사이로 소리 하나가 부끄러운 듯 튀어나온다
"카톡!"
튀어나온 소리는 어색한 공기 속에서 제 갈 길을 못 찾아 이리저리 헤맨다
누군가에겐 그토록 듣고 싶었던 우람찬 함성일 수도
누군가에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소리 없는 절규일 수도
단지 알림 기능이 있는 어느 애플리케이션의 기계음에 의해 표현될 뿐
어찌 보면 참 슬프고도 외롭다
누군가의 뼈아픈 절규가 교수님의 수업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절규가 아무 감정 없는 기계음에 의해서만 알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제 강의를 시작•••"
누군가는 황급히 자신의 카카오톡의 알림을 끈다
누군가의 서러운 절규가 가까운 독이 되지 않기를 빌며
- 이유를 묻지마라 -
줄줄이 달린 카페 조명 중 하나가 날 비춘다
따스함에 못 이겨 이내 고개를 든다
우린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서로의 눈빛에 서로가 홀린 채
이유를 묻는 발길은 돌아가라
이유를 들은 발길은 끝내 부끄러워질 테니
뭐가 중요한가
너와 나
어디서 만났고, 어떻게 만났는지
- 익숙해진 것 중 하나 -
아침마다 이제는 일상인 듯이
내 책상 오른쪽 첫 번째 서랍을 연다
층층이 쌓여있는 마스크들
무심하게 가장 위쪽에 위치한 것을 귀에 걸친다
버스 안 가득 차는 숨소리들
애석하게도 답답함을 뚫지 못한 채 축축한 입가를 맴돈다
아련하게 뱉어진 온기를 한껏 마주해본다
군말없이 귀에 걸쳐진 그것들은
답답한 내 마음 알기나 할까
아니, 어쩌면 그들이 가장 잘 알겠다
많은 이들이 내팽개쳐도
많은 이들의 곁에 항상 서 있으니까
익숙해져버린,
주변 친구처럼
나의 애인처럼
우리 엄마처럼
아니, 이젠 그들이 지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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