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이 안 개구리
파리에서 사는 것보다 한국 반지하에 사는 게 좋다 비가 올 때 물이 뚝뚝 떨어지는 집이라도 나는 좋았다 큰 양동이 하나를 밑에 놓고 넘치나 안 넘치나 머리를 맞대고 감시하다 보면 습기로 가득 찬 반지하 단칸방이 건조해졌다
커다란
이
세상에
우리밖에
없다
개구리 두 마리가 작은 양동이 안에서 중얼거린다
나에게 당신은
만약에 내가 우리로 남을 수 없다고 해도 용서해 주실 건가요
상처 없는 손으로 투박한 것들을 다룬다 하면 어떤 마음이 들어요
유명 서점에서 제목만 보고 산 책과
낭만적인 프러포즈로 건네받은 책이 있다면
무엇을 고를 거예요
우리가 성하다고 생각하는 투박한 손을 맞잡으면 답을 알게 될 거라고
프러포즈를 하는 사람의 책도 결국엔 서점에서 고른 책이라고
우리가 아니라면 너와 내가 우리를 다르게 발음하자고
항상 답해 주던 사람
특별한 것 없이 눅눅하게 내뱉은 말이라도
저는 그 말을 향으로 만들어 매일 맡고 싶다고 생각해요
도박
내 사랑이 도박이라면
나는 얼마를 잃었던가
사랑은 도박과도 같다
무모한 짓인 걸 알면서
터무늬없는 희망을 품에 안고
잭팟이 터지기를 간절히 바랐었던
고백
사랑해
우리 한 번 안아 보자
우리 평생 같이 살자
아! 꺼내지도 못 할 말들
자야겠다.
냉담한 현실
우리는 울었다
망상이라고 단언한 실존에 대해
지우지 못 한 낭만까지도
성명: 한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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