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회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노루궁뎅이' 외 4편

by 바위섬 posted Dec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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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루궁뎅이 

 

세상 때 묻지 않은

첩첩산중 오지에서

영롱한 삶 살고 있다

 

새들 노랫소리

따뜻한 햇살 해먹에 누워

바람이 밀어주는 그네 타고

 

낮보다 밤이 긴 골짜기

별들이 속삭이기 시작하면

달이 내려준 동아줄 타고 여행 떠난다

 

눈이 닿지 않는 높은 곳

엉덩이 살짝 내밀고

누가 지나가나 지켜보다

 

가던 길 앉혀 놓고

무심코 바라본 하늘 마주친

우리 만남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2. 11

 

하늘에 매달려

아쉬움 꼭 잡고

놓지 못하는 너를 조롱하듯

 

속세 미련 끊고

미리 바닥에 자리 잡아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

 

어색한 길거리

서로 엉켜 바람에 나뒹굴어

적응해 가고 있다

 

가을과 겨울 사이 오가며

지워지려는 남은 모습

앵글 속으로 주어 넣는 중

 

빈 액자 어느 곳에

걸어놓아도 대상 작품들

밖으로 나온 미술관 감동 담기 바쁘다

 

 

3. 멸치

 

천적들이 잠들 무렵

무대 조명 켜지면

장엄하게 군무가 시작된다

 

반짝이며

바다사자가 됐다가

고래가 됐다가

 

남해 바다를

주 무대로 활동했던 메루치들

어부 그물망에 납치되어

 

어느새 식탁 접시 위에

웅크리고 모여 앉아

입속으로 헤엄쳐

들어갈 준비하고 있다

 

 

4. 그물망

 

중매쟁이 손에 이끌려

인연이 된 너와 나

선택은 없었다

 

부끄러워 비비꼬며

서로 닮아가기 위해

어색해도 깍지 끼고 서있었어

 

쌀통이 배고플 때에도

토라져 있을 때에도

결코 연을 놓지 않는 손

 

주말이 유혹하고

태풍이 협박해도

떼어놓지 못하게끔

쳐지지 않게 꼬옥 껴안는다

 

세월이 갈라놓지 않는 이상

우리 사랑은 영원히 끊어질 수 없다고

 

 

5. 비정규직

 

겨울비에게도 버림받고
막걸리한테 납치되어
야속한 인생 한 잔 술로 위로한다

 

남들 하기 싫은 일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겨우 먹고살기 바쁜 세상


정지된 취준생이 길어지면
너희들 미래는 어떡하노
아까운 인생 결단도 시험이다


우울한 기분 리어카 뒤에
질질 끌려가고 있다


훗날 쓴잔 마시고 있을
내 아이들 생각하면
뼈마디 삭신이 쑤셔도
바이올린 연주 소리로 들려야만 되오

 

 

이태열

010-4586-8484

kbs070@hanmail.net